[바깥 세상]

강대국 대사들 (안용현 위원, 조선일보)

colorprom 2019. 5. 10. 14:49

    

[만물상] 9년 2개월 大使


조선일보
                             
             
입력 2019.05.10 03:06

아나톨리 도브리닌은 1962~1986년 주미(駐美) 소련 대사를 지냈다.
24년 동안 케네디부터 레이건까지 5명의 미국 대통령과 키신저 등 7명의 국무장관을 상대했다.
부임 첫해 핵전쟁으로 이어질 뻔한 쿠바 미사일 위기를 무사히 넘기는 데 '파이프' 역할을 하면서
워싱턴의 신뢰를 얻었다.
존슨은 그에게 재선 불출마 결심을 장관들보다 먼저 알려 줄 정도였다.
1972년 닉슨브레즈네프가 서명한 전략무기제한협정(SALT-1)도 그가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그 시절 모스크바에는 루웰린 톰슨 미국 대사가 있었다.
1941년 독일소련을 침공했을 때 2등 서기관으로 혼자 대사관을 지키다시피 하며
소련인들과 우정을 쌓았다.
1957~1969년 두 번에 걸쳐 주소련 대사를 역임했는데
흐루쇼프와는 별장에서 같이 주말을 보낼 만큼 막역한 사이였다.
1960년대 소련에 격추된 미 U-2기 조종사와 미국에 체포된 KGB 요원 교환 등이 그의 작품이다.

냉전시대 미·소는 노련하고 전문성 있는 외교관들을 중용해 극단적 충돌을 피했다. 

[만물상] 9년 2개월 大使
브랜스테드 주중(駐中) 미국 대사시진핑 주석의 인연은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개 현 서기로 미국 땅을 처음 밟았던 주석에게 호의를 베푼 사람이
브랜스테드 아이오와주지사였다.
브랜스테드주중 대사로 내정되자 중국 외교부는 "중국 인민의 오랜 친구"라고 환영했다.

중국 같은 일당 독재 국가에선 최고 지도자와의 개인적 친분보다 더 강력한 외교 무기는 없다.
미국은 중국인이나 다름없는 화교(華僑)를 주중 대사로 임명한 적도 있다.

청융화 주일 중국 대사는 46년 전 유학생으로 일본어를 배웠다.
일본에서 25년 근무하며 대사만 9년2개월을 지냈다.
부임 직후 일본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국유화하자 중·일 관계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자신이 직접 일본 언론에 아베 총리를 비판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40년 넘게 쌓아온 일본 친구들을 총동원해 끊임없이 소통했다.
아베 총리가 지난 7일 그의 송별식에 직접 참석해
"유창한 일본어와 폭넓은 인맥 으로 양국 발전에 크게 공헌했다"고 한 것은 의례적 덕담이 아니다.

▶강대국들도 주요국 대사는 신중하게 고르고 오래 기용한다.
언어·전문성은 물론이고 상대국 지도부와의 인연까지 살핀다.

그런데 외교로 먹고살아야 하는 한국정권과의 친분으로 주요국 대사 자리를 나눠준다.
상대국 수뇌부와 한번 제대로 만나지도 못하고 대사직을 끝낸다.
외교라고 할 수도 없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09/201905090398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