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

[비행기1등석]사라지는 '일등석' (김홍수 위원, 조선일보)

colorprom 2019. 5. 9. 16:26



[만물상] 사라지는 '일등석'


조선일보
                             
             
입력 2019.05.09 03:16

전직 장관과 은행장들에게 퇴직 후 가장 아쉬운 점을 물으면

"해외여행 때 일등석을 못 타는 것"이라고 답하는 경우가 있다.

비행기 일등석은 부(富)와 성공의 상징이다.

기업 오너나 CEO, 기관장급이 돼야 일등석을 탈 수 있다.

여객기 일등 칸이 세상에서 성공한 사람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란 말도 있다.


일등석 내에서도 서열이 있다.

VIP 여럿이 일등석을 탈 때 비서들 간에 일등석 2A, B좌석을 잡으려는 경쟁이 펼쳐진다.


▶여객기 좌석 등급이 3개로 나눠진 것은 1978년 즈음이다.

오일 쇼크로 승객이 격감하고 수익이 악화되자

유럽 항공사들이 좌석을 일등석, 비즈니스석, 일반석 세 종류로 나눈 서비스를 도입했다.


초기엔 일등석 가격이 일반석의 1.5배 수준이었는데,

침대형 좌석을 넣고 기내식에 철갑상어알·푸아그라까지 제공하는 등 서비스 고급화 경쟁이 붙으면서

가격 차가 10배까지 벌어졌다.


최근 아랍의 한 항공사는 욕실·거실·침실 등 3개 룸으로 구성된 일등석을 선보였다.

종전 일등석과 구분하기 위해 '기내 펜트하우스'란 이름까지 붙였다.

아부다비~런던 편도 요금이 2만달러에 이른다.

비행기 한 번 타는 데 경차 2대 값을 쓰는 셈이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부자가 아니더라도 일등석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마일리지로 일등석 타는 법' '일등석 업그레이드 성공기' 같은 글이 넘쳐난다.

해외 항공 마일리지 거래 사이트를 활용하면

인천~LA 왕복 일등석을 331만원(정상 가격 1086만원)에 살 수 있다는 비법까지 전수해주며

일등석 꿈을 공유한다.

일등석 경험을 버킷 리스트의 하나로 삼은 사람들이다.


▶최근 글로벌 항공업계에 큰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항공기 연비 경쟁과 경량화에 따라 초대형 항공기가 퇴출되고 있다.

좌석 절반도 못 채우는 일등석을 줄이고, 프리미엄급 일반석을 더 만드는 게 수익 면에서 더 나은 선택이 됐다.


이런 트렌드를 따라 아시아나항공9월부터 국제선 일등석을 없애 했다.

대한항공6월부터 일부 중·장거리 노선 일등석을 없앤다고 한다.


일등석을 채워주던 기업 고객들이 소형 전세기로 옮겨가는 것도 영향을 줬다.


▶미국 팝스타 마이클 잭슨이 방한 길에 국내 항공사 일등석을 탔다가 비빔밥 마니아가 됐다.

서울에 머무는 동안 비빔밥만 찾았다고 한다.


일등석 서비스는 세계 VIP들에게 그 나라 음식과 문화를 알리는 창구 역할도 한다.


항공사들이 이코노미석 보통 사람들에게도 서비스 정신만은 일등석 수준으로 했으면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08/201905080352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