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

[네덜란드]'마더북' (곽아람 기자, 조선일보)

colorprom 2019. 5. 7. 16:27



"함께할 날 얼마 없어 궁금해졌죠, 엄마는 어떤 사람인가요"


조선일보
                             
             
입력 2019.05.07 03:00

엘마 판 플리트엄마의 삶 더 알고 싶은 자녀가 어릴적 꿈, 인생관 등 질문하고
엄마가 답변 적도록 만든 '마더북', 전세계 15400만부 팔려

생전의 어머니(왼쪽)와 엘마 판 플리트.
생전의 어머니(왼쪽)와 엘마 판 플리트.




네덜란드 델프트에서 광고 회사에 다니던 엘마 판 플리트(45)는

2001년 어머니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엘마는 스스로 '착한 딸'이라고 여겼고, 어머니와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

이야기를 곧잘 나눴고 함께하는 시간을 좋아했다.


그런데도 막상 어머니가 중병에 걸리자 '엄마에 대해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에 대해 알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다급해졌다.

엘마는 '소녀 시절 꿈은 무엇이었나요?' '살면서 어떤 장애물을 만나셨나요?' 등

어머니 인생에 대한 여러 질문을 담은 책을 만들어 건넸다.

어머니가 딸의 질문에 답하면서 중간중간 옛날 사진 등을 붙일 수 있도록 앨범 형식으로 꾸몄다.

어머니가 답변을 완성하면 어머니의 인생이 책 한 권에 담기도록 만들었다.


책을 선물하면서 단서를 붙였다. "엄마. 책을 다 완성하고 나면 제게 돌려주셔야 해요."


전 세계 15개국에서 400만부 팔린 '마더북'은 이렇게 탄생했다. 최근 번역본(반비)이 출간됐다.

이메일로 만난 엘마 판 플리트

"늦었지만 엄마와의 관계를 바꿔보고 싶어 만든 책이었다.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엄마의 이야기를 정말로 듣고 싶다고 말하는 나만의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딸을 위해 기쁘게 책을 채워 넣었다.

책은 '엄마와 딸이 나눈 대화'가 되어 딸의 손으로 돌아왔다.

막상 책을 받아 읽어보니 엄마뿐 아니라 자신에 대해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됐다.

엄마의 기억 속에 무수한 '내 이야기'가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에 처음 가던 날 엘마는 혼자 가겠다고 우겨 엄마 허락을 받아냈다.

하지만 사실 그날 엄마는 아이를 몰래 따라가고 있었다.

엘마는 "이 책이 아니었다면 절대 알지 못했을 이야기"라고 했다.

엘마 판 플리트는 “엄마를 위한 책을 만들고, 엄마 이야기에 귀 기울일 시간을 내면서 비로소 모녀 간에 ‘진정한 대화’가 시작됐다”고 했다.
엘마 판 플리트는 엄마를 위한 책을 만들고, 엄마 이야기에 귀 기울일 시간을 내면서
비로소 모녀 간에 진정한 대화가 시작됐다고 했다. /반비

가깝다고 생각은 했으나 진정으로 통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던 모녀 관계가 책을 통해 비로소 돈독해졌다.

책은 엘마의 인생에도 큰 전환점이 됐다.

"우리도 그런 책을 갖고 싶다"는 주변 요청이 쇄도했다.


"어느 날 '마더북' 이야기를 접한 한 소녀가 편지를 보냈어요.

어릴 때 집을 떠난 엄마 대신 항상 곁을 지켜주었던 영웅 같은 아빠를 위한 책을 만들어 달라고 했어요.

감동적인 이야기라 눈물이 났어요. 당장 아빠들을 위한 책을 만들기로 결심했죠."


엘마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책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았다.

지금은 자신의 이름을 딴 스튜디오에서 책을 만들고 있다.

어머니는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엘마"말할 수 없이 슬프지만 나는 엄마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게 되었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엄마가 사랑했듯이 있는 그대로의 엄마를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어버이날을 앞둔 한국 독자들에겐 이렇게 말했다.

"가족끼리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낸다는 건 보석 같은 경험이죠.

그러니 서로가 함께 있다는 걸 즐기길 바랍니다.

그리고 어머니께 당신이 내겐 이 세상의 전부라고 말하는 걸 잊지 마세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겐 그런 말을 아무리 들려줘도 넘치지 않는 법이니까요."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07/201905070015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