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 틀 안에 가두려는 中 정부 "5·4운동은 청년애국운동"
개혁적 열망 주목하는 학자들 "민주주의 등 사회 변혁이 목표"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30일 5·4운동 100주년 공식 기념행사에서 망국 위기에 맞선 청년애국운동과 중국공산당 창당 배경으로서의 의미를 강조했다. 시 주석은 "청년의 마음으로 당에 봉사하여 신시대를 세우자(靑春心向黨, 建功新時代)"는 표어를 내걸었다. 역사학자들은 시진핑의 입장을 어떻게 볼까.
4월 27일과 28일 중국사회과학원 근대사연구소 주최로 베이징에서 열린 5·4운동 100주년 국제학술회의는 중국 역사학계의 입장을 들여다볼 기회였다. 5·4운동 연구자를 포함한 90여 명의 중국 안팎의 학자가 참여한 이 회의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5·4운동에 대한 전통적 해석이 도전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해석은 5·4운동을 항일 애국운동으로 보거나 노동운동을 비롯한 민중운동의 활성화와 연결해 중국공산당 창당 배경으로 설명해 왔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선 이런 공식 해석에서 벗어나 5·4운동을 사회, 문화적 변혁 등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는 발표가 나왔다.
중국 정부는 이번 학술대회 개최를 곤혹스러워했다. 10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이지만 중앙정부 허가가 늦어져 불과 석 달 전에야 개최가 결정됐다. 그 배경에는 당국과 학계 사이의 이런 인식 차이가 놓여 있는 것 아닌가 싶다. 국가에 대한 인민의 헌신(애국)이라는 틀 안에 5·4운동을 가두려는 당국(국가)과 5·4운동을 민주주의를 포함한 광범위한 사회 개혁으로 보려는 학계(개인) 간의 긴장 관계가 이 회의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5·4운동 주역은 대학생과 청년층이었다. 오늘날 소장(청년) 학자들의 자유분방한 연구는 '민주와 과학(이성)'이라는 5·4운동 슬로건이 역사적 유물이 아님을 보여준다. 중국학자들이 늘 하는 말이지만, '5·4'는 단순히 지나간 역사가 아니라 여전히 성취해야 할 목표라는 말이 실감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