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동화작가, 맥 바넷 (김경은 기자, 조선일보)

colorprom 2019. 5. 3. 16:18



허구를 현실로 만드는'정직한 거짓말쟁이'


조선일보
                             
             
입력 2019.05.03 03:00

'그림책 노벨상' 연속 수상한 맥 바넷
아이들과 언어는 달라도 세모·네모·원형만 있으면 모든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이 남자는 한때 미국 LA에서 수퍼마켓을 운영했다.
가게 이름은 '메아리 공원 시간여행 마트'.
온갖 걸 다 파는 이상한 가게였다.
장기(臟器)를 담을 수 있는 상자, 야만인 퇴치제, 발톱·땀·썩은 채소·장작의 재 냄새를 섞은 '바이킹 향수'까지.

"저는 아이들에게 거짓말하는 일을 해요. 정직한 거짓말이죠."

그러니까 그의 가게는 수퍼마켓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교실이었다.
아이들은 '직원전용'이라 적힌 문을 열고 들어와 기묘한 물건들 틈에서 이야기를 쓰고 책으로 묶었다.
허구가 현실이 되는 공간이었다.

신작 ‘동그라미’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을 펼친 맥 바넷.
신작 동그라미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을 펼친 맥 바넷. /오종찬 기자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2014) 등으로 미국도서관협회가 그해 가장 뛰어난 그림책에 주는
칼데콧 아너 상을 2회 연속 받은 작가 맥 바넷(37)이 한국에 왔다.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그는 '세모' '네모' '동그라미'(이상 시공주니어) 3부작을 들고 있었다.
단짝 일러스트레이터 존 클라센이 그리고 그가 쓴 '모양' 시리즈다.
짧은 분량에 세모와 네모, 동그라미가 좌충우돌 갈등을 빚다가
"히힛!" 새어 나오는 웃음으로 마지막 장을 덮게 만들어서 어린 독자들 사랑이 대단하다.
단순한 이야기 속에 탁 터지는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전 세계 어딜 가나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말하고 노는 방식은 똑같아요.
언어가 달라도 세모, 네모, 동그라미 같은 기본 도형만 있으면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죠."

샌프란시스코 근처 바닷가 마을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았다.
학교는 아주 멀었고, 친구가 없어 늘 외로웠다.
그때마다 엄마는 버지니아 리 버튼, 마거릿 와이즈브라운 등 작가들의 주옥같은 그림책을 사줬다.
"'비밀의 문' 같은 판타지에 푹 빠졌어요.
비밀의 세계가 정말 있다고 생각해 늘 남의 벽장 문을 열고 다녔죠."

포모나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할 때 네 살짜리 아이 열두 명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그림책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어릴 '예술이란 진실이 아님을 우리는 안다. ()
예술가는 거짓의 진실성을 다른 사람들에게 납득시키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피카소 말을 참 좋아했어요. 어른들도 런던 베이커가() 221B번지에 셜록 홈스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줄기차게 찾아가잖아요.
어린이는 어른보다 훨씬 쉽게 그렇게 해요.
그래서 저는 어린이 책을 쓰는 게 좋아요. 최고의 독자예요."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03/201905030013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