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11.17 03:00
훈련 교관이 악취미를 가졌던 걸까요. 25년 전 그날 연병장에서 하루 종일 굴렀습니다.
'구른다'는 건 '힘들다'는 말의 비유적 표현이 아니더군요. 실제로 땅바닥을 연신 굴렀습니다.
점심 먹은 것을 확인하는 동료도 있었지요.
저녁 점호 후엔 침구 정돈 상태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다시 전원 집합! 또 굴렀습니다.
그러고는 밤하늘 바라보고 눕게 하더니 노래를 부르라고 하더군요.
"노래 일발 장전, 곡명은 '어머니 은혜'!"
여기저기서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때는 5월 8일(어버이날)이었습니다.
신간 '한국 군가 대전집'(스코어)을 보다가 옛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신간 '한국 군가 대전집'(스코어)을 보다가 옛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편저자는 정성엽 예비역 해군 대령.
6년 전 해군 정훈공보실장을 마치고 전역한 후 지금은 한남대 한국군가정책연구소 부소장,
예비역 합창단인 '코리아 베테랑 코랄'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책에는 1900년대 군가 '의병격중가'부터 최근 군가까지 365곡 악보와 가사를 싣고 해설을 붙였습니다.
군가 부르기는 훈련 일과 중 하나였지요.
총 들고 군장 짊어지고 행진곡 같은 군가를 부르면서 구보하면 힘이 불끈 솟는 듯한 기분이 들었 습니다.
훈련 마치고 정훈 장교로 3년을 지낸 까닭에 군가 참 많이 불렀습니다.
오래전 기억 속 군가를 책에서 찾아 살짝 읊조렸는데 예전 추억이 떠오르며 가슴이 뜨거워지더군요.
당시 교관의 '기획 굴리기'에는 분노를 느꼈습니다. 세월 지나니 그 일도 추억이 되네요.
최고의 군가는 '어머니 은혜'가 아닐까 여길 정도로요.
아, 이번 책에는 실려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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