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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국제 콩쿠르 입상 비법? 테크닉에만 매몰되지 말라" (손진석 특파원, 조

colorprom 2018. 11. 15. 18:16

"국제 콩쿠르 입상 비법? 테크닉에만 매몰되지 말라"

             
입력 2018.11.15 11:23 | 수정 2018.11.15 11:23

국제 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기욤 쉬트르. /손진석 특파원
"한국을 비롯, 요즘 젊은 동양 연주자들은 예전 세대와 손가락부터 달라요.
고난도 테크닉을 무리 없이 구사하고 있어요.
하지만 어려운 기술을 소화하는 것만으로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는 건 한계가 있어요.
작곡가의 생애를 마음 속에 그려놓고 그의 인생 안으로 풍덩 빠져드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프랑스 바이올리니스트 기욤 쉬트르(49)에게
‘한국 연주자들이 국제 콩쿠르에 좋은 성적으로 입상하기 위한 비법을 알려달라’고 하자,
그가 손가락을 펴보이며 말했다.
"호소력 있는 연주는 악보에서만 피어나는 게 아니기까 테크닉에 매몰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쉬트르는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있는 콩쿠르인 ‘롱 티보 크레스팽 콩쿠르’의 올해 심사위원으로 활약했다.
75년째를 맞은 롱 티보 크레스팽은 세계 7대 콩쿠르 중 하나다.
쉬트르는 프랑스 보르도 콩쿠르, 이탈리아 포스타치니 콩쿠르 등 국제 콩쿠르 심사위원을 자주 맡아
젊은 연주자들을 자주 접해왔다.

그는 "콩쿠르 과제곡을 쓴 작곡가의 인생을 들여다보면서 해당 곡을 만들 때의 심리 상태를 이해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려면 그 작곡가가 다른 악기를 위해 쓴 곡들도 꾸준히 들어보며
그의 음악적 세계와 자신의 연주 스타일을 조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 연주자들은 국제 무대에서 요구하는 곡들이 대부분 오래전 유럽 음악인들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합니다."
다른 시대, 다른 문화권에 살았던 작곡가의 곡을 소화해 자신 만의 연주 스타일을 쌓아올리려면
서양 연주자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쉬트르는 이어 "콩쿠르 심사위원도 사람인지라
참가자로부터 듣고 싶은 해석이 있어 100% 기계적인 중립은 못 지키지만,
예상치 못한 해석이 나오더라도 탄탄한 구성이 엿보이면 넉넉하게 평가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믿으라"고 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를 예로 들었다.
"널리 알려진 곡에 대해 생경한 해석을 곧잘 내놓지만 구성이 탄탄해 세계 각지에서 찬사를 받는다"는 것이다.

마지막 조언으로 쉬트르
"콩쿠르든 연주회든 처음 얼굴을 알릴 때 오랜 기간 응축한 에너지를 한꺼번에 쏟아부어
강렬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고 했다.
‘이번에 안되면 다음에 더 잘하자’는 느슨한 마음가짐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롱 티보 크래스팽 콩쿠르는 올해 세계 10개 도시에서 예심을 진행했는데,
그 중에는 서울도 포함됐다. 처음이다.
쉬트르는 "서울의 음악 열기가 상당했다"고 했고,
하피스트인 아내 김경희(54)씨는
"서울도 세계 10대 음악 도시에 선정된 듯 해서 자부심을 느꼈다"고 했다.


듀엣으로 활동하고 있는 바이얼리니스트 기욤 쉬트르와 하피스트 김경희씨. /쉬트르씨 제공
쉬트르는 14살에 프랑스 파리국립고등음악원에 입학했고
학업을 마친 후 ‘이사예 현악 4중주단’ 멤버로 오래 활약했다.
작년까지 10년 간 미국 캘리포니아대(UCLA) 음대 교수를 지내며,
미국에서 가르치고 유럽에서 연주하는 생활을 했다.
내년에는 아내 김경희씨와 함께 새로 개교하는 미국 줄리어드 음대 중국 텐진캠퍼스의 교수로 부임한다.

1991년 결혼한 이들은 바이올린과 하프를 묶는 듀엣으로도 활동한다.
쉬트르는 "한국의 처가집이 가까워질 것"이라며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15/201811150135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