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

[미국]'꿩 잡는 게 매'…美 경제의 힘 (김덕한 차장, 조선일보)

colorprom 2018. 9. 5. 14:49



[데스크에서] '꿩 잡는 게 매'경제의 힘


조선일보
                             
             
입력 2018.09.05 03:14

김덕한 산업1부 차장
김덕한 산업1부 차장


"나는 민주당원이지만 트럼프의 실용주의는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힘이 있다."

얼마 전 미국 최대 자동차 공업 도시인 디트로이트에서 만난
30년 경력의 한 자동차산업 컨설턴트가 한 말이다.

지난달 초 동부 필라델피아에서 만난 한 중산층 가정주부는
'트럼프의 외국 수입품 관세 부과로 물가가 올라 불편하지 않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물가가 좀 오르더라도 그걸 참아야 미국이 손해 보는 구조를 고칠 수 있다"고 했다.

두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미국 사회의 '밑바닥 민심'을 보여준다.

미국인들이 환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집권 후 각종 스캔들과 구설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꿩 잡는 게 매'라는 자세로
기존 공화당 노선을 유연하게 바꿔가며 '아메리카 퍼스트'란 공약만은 제대로 실천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트럼프법인세를 대폭 낮춰 기업 의욕을 고취하며

애플·구글 같은 글로벌 미국 기업들이 외국에서 벌어 쌓아놓은 천문학적 돈을 국내로 가져오도록 했다.

말로만 규제 혁신이 아니라 연방정부와 주정부, 시정부가 각기 중복으로 하던 규제부터 확실하게 통폐합했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자 돈이 들어오고 투자와 일자리까지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우리나라의 12배인 미국 경제는 올해 2분기에 4.1%(연율 기준) 성장을 달성했다.


잘해야 2%대 초반에 머물고 있는 일본·독일·프랑스·영국 등 다른 선진국들과의 격차를 더 벌리고

중국의 추격도 따돌리고 있다.


올해 미국 기업의 투자는 지난해보다 11% 늘어난 1조달러에 달할 전망이고,

'구인 전쟁'이 벌어질 정도로 노동시장은 '완전 고용' 상태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노동자는 우대(優待), 기업가는 박대(薄待)' 노선을 갈수록 선명히 하면서

최저임금을 2년 새 29%까지 올리는 '소득 주도 성장' 실험을 강행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세금으로 급여를 보전해주는 정책까지 등장했다.

'경제정책'과 '복지정책'을 혼동하니 경제가 '이념'으로 굳어지고 있다.

최저임금을 올리겠다는 것 말고는 어떻게 돈이 돌게 하고, 경제를 활성화할 것인지

구체적인 정책도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청와대

"대기업 중심 경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중소기업 중심으로 정책을 바꾸고,

소득 주도 성장을 더 강도 높게 추진하겠다"고 반복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왜 중소기업이어야 소득 주도 성장이 되는지,

중소기업 중심 정책의 알맹이가 뭔지 제대로 답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3년여 특파원 근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실용주의'로 비상(飛上)하는 미국과 '이념과 당위'에 갇혀 정체된 한국의 모습이 더 선명히 대비될 것 같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04/201809040376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