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예술인법]예술가의 자존심 (김기철 위원, 조선일보)

colorprom 2018. 9. 4. 14:23



[태평로] 예술가의 자존심


조선일보
                             



입력 2018.09.04 03:15

최고은 사후 만든 '예술인'
250억 들여 예술가 지원하는데 허위 보고로 활동비 타간 게 다섯 명 중 한 명꼴이라니

김기철 논설위원
김기철 논설위원


대학로 극단 대표에게 연극인의 호주머니 사정을 들었다.
소극장 연극은 두 달 연습하고 한 달 공연하는 스케줄이 보통이다.
단원들이 세 달 꼬박 작품에 바치고 받는 수입이 0원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공연 내내 객석이 차고 언론에서 호평받아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한 장당 2만~3만원 티켓값으론 극장 임차료와 무대, 의상, 포스터 등 제작비 대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위원회 지원이라도 받아야지 그러지 않으면 빚더미에 오르기 일쑤란다.
단원에겐 연습·공연 때 밥값이나 댈까 출연료를 주는 건 언감생심이라고 했다.
그는 극단 지망생에게 "생계는 책임질 수 없으니 알아서 해결하라"고 대놓고 말한다.

가난한 예술가들의 형편은 정부가 3년에 한 번씩 하는 '예술인 실태조사'에서도 가늠할 수 있다.
2015년 전국 5000명을 조사했더니 예술 활동 수입이 월평균 100만원을 겨우 넘겼다.
건축·방송·영화인들이 평균을 웃돌았고 문인은 월 20만원에도 못 미쳤다.
응답자 3분의 1은 예술 활동 수입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대부분 아르바이트나 부업으로 생계를 해결한다는 얘기다.


2011년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가 생활고로 사망하면서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예술인복지법'이 통과됐다. 그 결과 출범한 예술인복지재단250억원을 쓰며 한 해 5500에게 창작지원금 활동비를 지원한다.

재단의 대표적 사업이 예술인 파견이다.

미술·연극·영화·음악 등 분야에서 1000의 예술가들을 기관이나 지역사회에 보내

예술 역량을 펼칠 기회를 주고 120만원 활동비를 5~8개월 준다.

올해만 세금 77억원이 배정됐다.

그런데 이 사업에 구멍이 뚫렸다.

여기 선발된 예술가들은 '10, 30시간 이상' 일한 활동 보고서를 매달 제출해야 하는데

허위 보고를 한 게 드러난 것이다.

활동 내용을 담은 인증샷을 허위로 올린 사람이 무려 182이다. 다섯 명에 한 명꼴이다.

하루 이틀 몰아서 일한 뒤 여러 날에 걸쳐 활동한 것처럼 옷을 바꿔 입고 촬영한 사진을 제출했다.


이 사실을 파악한 재단은 '허위 보고자'에게 올해 7월분 활동비를 지급하지 못하게 됐다는 서한을 보냈다.

7월에만 이 정도 숫자가 걸린 것으로 보아 이전부터 허위 보고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누군가 가짜 사진을 올리는 편법을 퍼뜨렸고

이렇게 해도 별문제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들이 따라 하다 무더기로 적발된 것이다.


2014년 시작된 예술인 파견 지원 사업엔 지금까지 3860이 참여했다.

여러 해에 걸쳐 적잖은 이들이 허위 보고로 활동비를 타갔을 것이다.

'10, 30시간' 조건이 예술가의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반발도 나온다.

공연이나 전시를 준비하다 보면 하루 10시간 넘게 일하는 경우도 많은데,

10일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한 달 치 활동비를 안 줄 수 있느냐는 항변(抗辯)이다.


하지만 이 사업을 공모할 때 조건은 미리 고지된 것이다.

며칠 몰아서 일하고 월 120만원 활동비를 받는 게 타당한지는 따져볼 일이다.

복지재단이 이런 사정을 알게 된 건

"허위 사진을 올리고 돈을 받는 건 예술가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며

지원 대상에서 빼달라고 요청한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재단은 7월분 활동 보고서를 꼼꼼히 들여다보다 허위 사진을 찾아냈다.


'10일, 30시간' 조건이 비현실적이라면 바꿀 수도 있다. 그렇다고 거짓 보고서를 합리화 할 순 없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영화 대사(臺詞)가 왜 공감을 얻었겠나.

치부(恥部)를 스스로 들춰낸 자존심 있는 예술가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03/2018090303418.html



설현욱(se****)2018.09.0413:59:36신고
음.. 그러니까.. 연 250억원.. 한 해 5500명에게 창작지원금과 활동비를 지원..
한 해 5500명에게 창작지원금과 활동비를 지원.. 월 120만원 활동비를 5~8개월 준다.
'월 10일, 총 30시간 이상' 일한 활동 보고서를 매달 제출해야 하는데 허위 보고..
활동 내용을 담은 인증샷을 허위로 올린 사람이 무려 182명... 다섯 명에 한 명꼴..
하루 이틀 몰아서 일한 뒤 여러 날에 걸쳐 활동한 것처럼 옷을 바꿔 입고 촬영한 사진을 제출..//
-- 公務員들 하는 일들이 주로 이런 식이지..?
이인경(iki****)2018.09.0413:23:37신고
인간의 자존심이 예술가뿐이랴 ..어짜피 자존심 강한 인간은 자신의 비참함을 감추며 견디기 마련..
예술가의 꿈을 버려야 할 만큼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삶은 또 어쩔 것인가..
국민세금으로 모든 가난을 구제 한다는 구상도 과욕이다.
김용철(yon****)2018.09.0412:33:46신고
생활비 대주는 것은 그렇고. 발표장소, 그랑프리, 연구공간 이런 것을 튼튼히 지원 해주면 된다.
김효태(web****)2018.09.0411:48:03신고
정치의 주인이 바뀔 때 마다 자기들 편에 서는 예술인단체에만 떡을 주는 길들이기를 하고,
또 한 번이라도 길들여진 강아지들은 절대로 주인 품을 못 벗어나고 짖어라면 열심히 짖어댄다.
충성심을 부추기기 위해 평소 잘 짖어댄 충견에게는 각 방송사로 한 자리씩 배당한다.
감성코드를 잘 활용하는 좌파정권이 더욱 심하다.
박현수(h****)2018.09.0409:38:05신고
예술의 어느분야이든 예술활동으로만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자신의 생계를 위한 직업은 따로 있다.
가장 보편적인 직업이 교사(음악, 미술, 국어)들이며, 식당운영, 건축, 자동차정비... 등
여러 직종에 종사한다.
이들은 예술활동의 댓가로 다음 무대를 올릴 수 있는 자금을 준비할 수 있다면 성공한 작가들이다.
이들에게 예술의 활동 장소를 제공할 수 있는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지
예술가들의 생계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
예술가들도 신념을 가지고 활동해야 하며,
이 활동으로 인하여 자신이 하고 싶은 영역을 지속시킬 수 있는 행복가으로 산다.
예술이 없는 삶은 무미건조한 삶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03/201809030341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