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09.03 13:16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에서 한국이 일본에 3-0으로 승리했다.
한국이 금메달, 일본은 은메달로 대회를 마쳤다.
이번 일본대표팀은 사회인야구 선수로 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프로 선수들을 상대로 잘 싸웠다고 볼 수 있다.
일본선수들의 감춰진 모습을 알면 일본이 느끼는 감개는 한층 더 깊어진다.
이번 대회에 주로 백업 내야수로 나서 홈런 4개를 기록하고
결승전에 5번 타자로 선발출전한 다무라 쓰요시는 철도 회사인 JR니시니혼 소속 선수다.
그는 보통 경기가 없는 날 오전에는 히로시마역에서 역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다무라는 "히로시마역에는 야구부 선수 몇 명이 근무하고 있다.
나는 그 중에서 몸이 큰 편이라서 다른 역무원과 똑같은 모자를 쓰고 제복을 입고 있어도
멀리서도 잘 보인다"며 웃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 양현종(KIA 타이거즈)과 대결한 타자가
평상시에는 히로시마역 플랫폼에 서 있다고 생각하면 신기한 일이다.
이번 일본 사회인야구 선수들은 일본대표팀으로서 '사무라이 재팬'의 일원으로 활동했지만
지원은 많이 받지 못 했다.
한국은 여려명으로 전력분석팀을 구성해 일본에 머물며 전력을 체크했는데,
일본은 그런 스태프가 전혀 없었다. 경기 스코어를 쓰는 기록원조차 없었다.
경기 스코어는 매니저 겸 홍보를 맡은 야구연맹의 과장이 더그아웃에 들어가 직접 쓰고,
또 다른 다양한 역할까지 혼자서 했다.
전력분석원이 없고 한국팀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상황을 걱정한 이시이 아키오 일본대표팀 감독은
지난 6월 야구연맹을 설득해 한국선수들을 체크하기 위해 KBO리그를 관전할 수 있었다.
이시이 감독은 당시 한국 대표선수들의 특징을 확인했는데, 관중석 모습도 흥미롭게 지켜봤다고 한다.
이시이 감독은 "응원단장의 움직임이 대단했다"며
다리를 넓게 펴고 양손을 올리며 "파이팅!"라고 말하며 응원단장의 형태를 모사했다.
그걸 보고 빵 터진 필자를 보고 이시이 감독은
응원단장이 자기팀 선수가 범타로 물러났는데도 관중들에게 박수를 유도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면서,
그 장면을 흉내냈다.
포수 출신인 이시이 감독은 관찰력이 뛰어났고, 유머 센스도 만점이었다.
일본대표팀에는 보조 스태프가 없어 야구장비를 선수들이 나눠 가지고 이동했다.
타자보다 장비가 적은 투수 중에서 선발인 오카노 유이치로, 우수이 이사무, 호리 마코토가
교대로 그 임무를 맡았다.
또 감격적인 만남도 있었다.
왼손 타자인 오카베 미치노리의 롤 모델은 요미우리 자이언츠 시절 이승엽 KBO 홍보대사였다고 했다.
이 사실을 TV해설자로 현장에 온 이승엽 홍보대사에게 전달했고, 그는 오카베와 만나 대화를 나눴다.
"사진 한장 찍어주세요" 이렇게 말하는 오카베의 얼굴은 초등학생과 같은 표정이 됐다.
일본에서는 아시안게임 야구경기에 별 관심이 없었지만 이번 일본대표팀에는 사랑스러운 사람들이 모였고,
12년 만의 은메달이라는 성과까지 얻었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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