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총통, 최근 LA 방문때 대만계 커피 전문점 '85℃' 들러
중국인들 인터넷에 비난 쏟아내… 중국에선 단속반이 매장 급습도
전 세계에 1000여개 매장이 있는 대만계 커피·베이커리 프랜차이즈 '85℃'가
중국에서 거센 불매운동의 타깃이 됐다고 대만과 홍콩 등 중화권 매체들이 16일 일제히 보도했다.
중남미 순방을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경유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현지에 있는 이 매장에 들러 커피를 산 뒤 벌어진 일이다.
보도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지난 12일 LA에서 차량을 타고 이동하던 중 '85℃' 매장에 들렀다.
이곳에서 차이 총통은 동행한 국회의원들과 여러 잔의 커피를 샀고, 매장 직원들과 환담을 나눴다.
일부 직원은 가게 브랜드가 새겨진 빵 모양의 쿠션 등에 차이 총통의 사인을 받고 사진을 찍는 등
들뜬 모습이었다.
'85℃'는 2003년 대만에서 시작한 프랜차이즈로,
현재 대만을 포함해 중국·미국·홍콩·호주 등에 총 1000여개 매장이 있는 유명 브랜드다.
589개 매장이 있는 중국은 전체 매출 중 64%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차이 총통의 커피숍 방문 모습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이를 접한 LA 현지 중국인들이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가게 측이 차이 총통을 위해 미리 준비한 빵을 선물했다"며
"85℃는 타이두(臺獨·대만 독립 지지) 기업"이라며 비난했다.
차이 총통의 이름이 적힌 쿠션을 진짜 빵으로 오해한 결과였다.
이런 주장은 중국 온라인으로 확산됐고
급기야 "중국에 있는 이 회사 매장을 모조리 문 닫게 만들자"는 불매운동으로 번졌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때 한국 제품 불매운동을 부추겼던 환구시보도 가세했다.
이 매체는 "85℃는 대부분의 돈을 대륙에서 벌면서 대만 독립을 지지한다"며 선동했다.
중국 내 85℃ 매장들은 당장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 푸젠성 취안저우시에선 한 85℃ 매장에 갑자기 단속반이 들이닥쳐 이런저런 트집을 잡았고,
중국의 대표적 배달 앱인 '어러마' 등 일부 앱 업체들은 85℃를 주문 가능 목록에서 삭제했다.
'85℃' 모기업인 '메이스다런'의 주가는 16일 7.5% 급락,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1억2200만 달러(약 1379억 원) 증발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화들짝 놀란 85℃ 측은 15일 중국판 홈페이지와 LA 해당 매장의 페이스북 등에 긴급 성명을 올리고
"우리는 일관되게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는 입장에 아무런 변함이 없다"며
"직원이 차이 총통의 서명을 받았을 뿐 빵을 선물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대만 총통부도 "민간기업의 활동에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중국 누리꾼들의 압력은 언론 자유를 침해하고 시장 질서를 어기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중국인들의 맹목적인 자국 중심주의와 일그러진 국수주의는 수시로 폭력적 양상으로 분출돼 왔다.
때로는 해외 공항에서 항공편이 취소된 데 항의하며
국가와 군가를 부르며 집단 행패를 부리는 형태로까지 나타나 중국 당국조차 곤혹스럽게 할 정도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한국과의 사드 갈등, 일본과 센카쿠 열도 분쟁 때 등
중국인들의 맹목적 국수주의에서 빚어진 '집단 히스테리'를 교묘히 조장해 상대
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써왔다.
미국재대만협회 소장을 지낸 리처드 부시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
"황당함의 극치"라며 "대만을 겨냥한 중국의 가장 저열한 공갈·협박"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은 대만 독립 성향인 민진당 출신 차이잉원 총통을 전방위로 압박해왔다.
이번 중남미 순방 때도 "차이 총통의 경유를 허용하지 말라"고 미국을 압박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