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08.14 03:16
"CNN은 가짜 뉴스다. CNN 질문은 안 받는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총리와 회담을 마친 뒤 회견에서 CNN 기자 짐 아코스타를 쏘아붙였다.
아코스타 기자는 대통령이 바로 전에 "CNN보다 더 나쁜 NBC…"라고 답한 걸 따지려던 참이었다.
트럼프는 대신 자신에게 우호적인 폭스뉴스 기자를 질문자로 지명했다.
그는 평소 자신에게 비판적인 CNN 기자를 '미친 아코스타'라고 불렀다.
▶트럼프는 취임 후 CNN과 NBC,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같은 언론을 공격하며 전쟁을 벌이듯 했다.
▶트럼프는 취임 후 CNN과 NBC,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같은 언론을 공격하며 전쟁을 벌이듯 했다.
'가짜 뉴스 CNN' '망해가는 뉴욕타임스' '저널리즘의 수치(羞恥) 워싱턴포스트' 같은 막말을 쏟아냈다.
트럼프가 이러는 것은 정치 전략이다.
비판적 언론을 매도함으로써
사실인 보도까지 신빙성을 떨어뜨리고 지지자들이 거부하도록 하는 편 가르기다.
그에게 가짜 뉴스란 자신을 비판하는 기사다.
▶미국 기자들도 이런 트럼프의 막무가내에 점점 단합해가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백악관 대변인이 대통령을 비판하는 NBC 기자의 질문을 묵살하고
정치 사이트 '더 힐' 기자를 다음 질문자로 지명했다.
그러자 '더 힐' 기자는 자신이 질문하는 대신 NBC 기자에게 질문권을 넘겼다.
그는 나중에 "동료가 진실을 파헤칠 수 있도록 도왔을 뿐"이라고 했다.
최근 CNN 백악관 출입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적절한 질문'을 했다는 이유로 취재를 거부당하자
폭스뉴스 앵커까지 나서서 "CNN을 지지한다"고 했다.
▶보스턴 글로브 같은 미국 신문 100여 곳이 이번 목요일 자에
트럼프의 언론 공격을 비판하는 사설(社說)을 일제히 싣기로 했다고 한다.
트럼프가 최근 "언론은 국민의 적"이라며 공격 수위를 높이는 데 따른 것이다.
매일 치열한 보도 경쟁을 벌이는 신문들이 '공동 사설'을 게재하는 건 전에 없던 일이다.
더구나 미국에선 좀처럼 생각하기 힘든 일이다.
▶얼마 전 실화 영화 '더 포스트'는
월남전 극비 문서 보도를 둘러싸고 닉슨 정부에 맞선 신문의 용기를 보여줬다.
뉴욕타임스는 역대 정부가 월남 전 관련 사실을 국민에게 속여왔다는 '펜타곤 페이퍼'를 특종 보도한다.
그러자 법원이 국익을 내세워 제동을 건다.
워싱턴포스트는 경쟁지이지만 이 상황을 즐기는 대신 따로 펜타곤 페이퍼를 입수해 보도한다.
뉴욕타임스와 같은 배를 탄 것이다.
신문사가 문을 닫을지도 모를 위기였지만 많은 언론이 같은 보도로 언론 자유를 지켜냈다.
미국에서도 언론은 가시밭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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