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

[일본][노년]'고령 사회' 日本서 꽃피는 살롱 문화 (김철중 기자, 조선일보)

colorprom 2018. 8. 14. 17:50

[김철중의 생로병사] '고령 사회' 日本서 꽃피는 살롱 문화


조선일보
                             
             
입력 2018.08.14 03:14

빈 사무실·식당 빌려 대화하고 입·퇴원 돕기와 일손 품앗이까지
경로당에서 힌트 얻은 노인 살롱전역에 6만개
長壽 위해서도 사회 참여 절실다양한 동호회로 발전시켜야

도쿄=김철중 의학전문기자
도쿄=김철중 의학전문기자


도쿄 시내 중산층이 모여 사는 세타가야 지역. 여기 주택가에는 곳곳에 살롱(salon)이 있다.
다양한 살롱이 수백 곳 있기로 이름난 지역이다.
점잖은 동네에 웬 살롱이냐고 할지 모르겠으나, 술 마시고 춤추고 노는 곳이 아니다.
원래 살롱이라는 말은 17~18세기 프랑스 귀족들의 사교 모임에서 유래했다.

상류층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던 귀족 저택의 거실을 살롱이라고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룸살롱이라는 말 때문에 유흥 이미지가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
일본에서 살롱 사적 모임 공간이나 소규모 동네 모임을 뜻한다.

일본은 지금 살롱 문화가 꽃을 피우고 있다. 전역에 살롱이 6만여 곳 있다.
대부분이 어르신이 참여하는 시니어 살롱이다.

5~10집이 모여 살롱을 연다.
야간에만 영업하는 식당을 주간에 빌려서 살롱으로 쓰기도 하고,
구청이 동네 빈 사무실을 임시로 대여해 주기도 한다.
매일 그 살롱에 가면 아는 사람이 있고, 그들과 어울리고 대화를 나눈다.
매주 돌아가며 각자 집에 모여 점심 식사를 하는 살롱도 있다.
바둑이나 장기, 꽃꽂이 등 취미 살롱도 태어난다.

이들은 살롱을 통해 서로 돕는다.

누가 아프면 같이 병원에 가고, 입·퇴원을 돕는다.
집에 커튼 갈 일이 생기면 다들 같이 가서 일손을 거든다.
모여서 자원봉사하러 다니는 살롱도 있다.

품앗이를 하던 한국의 전통 두레가 고령 사회 일본에서 살롱이 된 듯하다.

규모가 큰 살롱은 도시보다는 지역에 많다.
마을에 20~30명이 모이는 공간이 있고, 동네 이름이나 애칭이 붙은 살롱이 있다.
어르신들이 모여 게임도 하고, 노래 부르고 한다. 놀더라도 모여서 논다.

시니어에서 시작된 살롱은 최근 육아 주부들 사이에서도 번지고 있다.
동네 엄마들이 모여서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구매도 한다.

[김철중의 생로병사] '고령 사회' 日本서 꽃피는 살롱 문화
/일러스트=이철원
살롱이 활성화되자 기업들도 나서고 있다.
생활이나 취미를 함께하는 회원제 살롱에 철도 회사가 지원금을 댄다.
사회 공헌 프로그램이기도 하고 회사 이미지를 좋게 하는 방편이기도 하다.
동네에 정기적으로 모이는 살롱이 형성되면 구청이나 시청에서 교통비와 다과 비용 정도를 지원하기도 한다.

살롱을 활성화하려는 이유 중 하나는 살롱이 노인 건강에 매우 유익하기 때문이다. 특히 치매 예방에 좋다.
나이 들어 어울리지 않고 두문불출하면 사회적·인간적 자극이 줄면서 치매 발생 확률이 훌쩍 오른다.
실제 살롱 참여 노인과 그러지 않는 노인의 치매 발생률을 조사해보니, 살롱 어르신의 치매가 3분의 1로 적다.

아무래도 살롱에 나가게 되면
옷매무새도 살피게 되고, 화장도 하게 되고, 대화에 끼려면 뉴스도 보게 되고, 세상사에 관심을 갖는다.

집 밖으로 나와 돌아다니게 되면서 걸음 수가 늘고 근력이 유지되니 노쇠 예방에도 좋다.
살롱에서 건강 생활이나 간병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으니 일석삼조쯤 된다.

동네 사람들이 끼리끼리 어울리면 범죄 발생률이 준다는 조사도 있다.
만약 어떤 일이 났을 때 누군가 나를 도와줄 사람이 있다는 것은
불안과 우울감이 높아지는 노인들에게 큰 안정감을 준다.

살롱은 고령 사회를 움직이는 윤활유다.

일본 살롱한국의 경로당을 벤치마킹했다.
10여 년 전 일본 고령 사회 전공 교수들이 한국의 경로당 문화를 견학하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거꾸로 됐다.
한국의 경로당 문화는 시들해져서 시골에서만 활발하다.
고령자 대상 설문 조사에 따르면, 경로당에 가지 않은 첫째 이유가 "내가 그렇게 늙지 않았다"이다.

경로당은 이름부터 바꿔야 할 듯싶다.
소규모 다품종으로 진화해야 하고 도시형 동호회 모임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본다.

건강 증진과 관련해 우리는 미처 생각지도 않았는데, 고령화 선배 일본에서는 무척 강조하는 점이 있다.
사회 참여다.
나이 들어서도 사람들과 어울리고 사회 활동을 해야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치매도 지연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단다.

사회 참여가 거창한 게 아니다.
살롱 다니며 차 마시고 대화하고,
동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맛집이 어디에 있는지 누가 머리를 잘 깎는지 아는 게 사회 참여다.

지역력 세고, 교제력 강한 사람이 건강하게 장수한다.
개인이 장수하는 데는 사는 동네 문화가 크게 영향을 미친다.
우리 동네가 내 동네가 되어야 다들 건강하게 장수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13/201808130299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