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08.04 03:00
칭화대 동문들 "美추월론 떠들다 禍만 불렀다, 즉각 파면하라"
"중국은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는 '수퍼차이나'론을 설파해온 중국 칭화대 후안강(胡鞍鋼·65) 교수가
거센 해임 압력에 직면했다.
"그를 자르라"고 들고 일어선 이들은 다름 아닌 칭화대 졸업생들이다.
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 '중국이 분수를 모르고 우쭐대다 화를 자초했다'는 자성론이 확산되면서,
'중국 굴기'의 나팔수였던 그에게 분노의 불똥이 튄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81학번을 주축으로 한 27명의 칭화대 동문들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81학번을 주축으로 한 27명의 칭화대 동문들은
지난 2일 추융(邱勇) 칭화대 총장 앞으로 "후안강의 국정연구원 원장직과 교수직을 모두 박탈하라"는
실명 공개서신을 보냈다.
이 편지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2일 밤까지 최소 1000명의 칭화대 동문이 서명에 참여하는 등 해임 요구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 서한에서 동문들은
"후안강은 소위 학술보고 등을 통해 중국 종합국력이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는 등의 주장으로
국가 정책을 오도하고 일반 국민을 현혹시켰으며
멀리는 다른 나라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고 이웃 국가들의 두려움을 촉발했다"고 비판했다. 서신은 또
"후안강은 국방력은 병력수와 국방지출의 합계라는 엉터리 지표 등을 통해
미·중 국력 역전을 주장하는 행태로 모교의 영예를 더럽히고 오국오민(誤國誤民·국가와 국민을 오도)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저명한 정치학자인 인민대 장밍(張鳴) 교수도 이날
중국의 저명한 정치학자인 인민대 장밍(張鳴) 교수도 이날
'지록위마(指鹿爲馬) 하는 대(大)학자'라는 글에서 후안강을 비판했다.
그는 후 교수를 직접 거명하진 않았지만
"칭화대 동문들의 검증에 따르면 '중국이 미국을 추월했다'는 한 대학자의 계산은 초등생 수준의 산수였고
그마저도 틀렸다는 게 확인됐다"고 조롱했다.
후안강 교수는 '중국 관방(官方)의 브레인'
후안강 교수는 '중국 관방(官方)의 브레인'
'중난하이(中南海·중국 권력자들의 집무실이 모여 있는 곳)의 강사(講師)'로 불리는 인물이다.
중국과학원 공학박사 출신인 그는 미 예일대 박사후과정, 칭화대 국정연구센터 주임을 거쳐
2011년 지금의 국정연구원 원장 자리에 올랐다.
그의 정책 아이디어는 지난 20여 년간 중국의 중대 고비마다 핵심적 역할을 했다.
그의 정책 아이디어는 지난 20여 년간 중국의 중대 고비마다 핵심적 역할을 했다.
1993년 홍콩중문대 교수와 공저한 '중국국가능력보고'는 중국 세제개혁의 가이드 역할을 했고,
1998년 '중국의 실업문제와 취업전략'은 당시 주룽지(朱鎔基) 총리가 정책에 전폭적으로 반영했다.
시진핑 주석의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구호도 그가 2011년 펴낸 책에 등장하는 말이다.
그의 '국정보고'는 중국 최고 지도자들의 필독 자료였다.
시진핑 집권 첫해 2013년 '중국의 집단지도체제가 미국 대통령제보다 훨씬 훌륭하다'고 주장했던 후안강은 지난해엔 "중국이 경제실력·과기실력·종합국력 면에선 이미 따라잡았다"고 주장했다.
시진핑 집권 첫해 2013년 '중국의 집단지도체제가 미국 대통령제보다 훨씬 훌륭하다'고 주장했던 후안강은 지난해엔 "중국이 경제실력·과기실력·종합국력 면에선 이미 따라잡았다"고 주장했다.
한국에서도 그의 저서가 여러 권 번역 출간됐고, 한국 정관계 인사들도 그와 연을 대기 위해 경쟁해왔다.
하지만 중국 지식인층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적잖았다.
하지만 중국 지식인층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적잖았다.
지난 2월 룽융투 전 중국 WTO 가입협상 수석대표는
"미국과 비교해 개인의 소질과 종합국력 면에서 중국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
"스스로 득의양양할 게 아니라
긴박감과 위기감을 갖고 세계 선진 수준을 따라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반론을 펴기도 했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사회가 힘의 차이를 절감하면서 그 같은 비판이 뒤늦게 먹혀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중국에서는 후안강식의 주장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실제로 최근 중국에서는 후안강식의 주장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심지어 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인터넷판에서 지난달 3일부터 사흘 연속으로
'중국 세계 최강론'을 퍼뜨리는 매체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인민일보는 "최근 인터넷에서 '미국이 (중국을)
두려워한다' '일본이 겁에 질렸다'는 기사들이 인기를 끌고
일부 매체는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됐다'며 제멋대로 치켜세우고 과장해
약점을 잡히기 딱 좋은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며
"국가는 자만한다고 부강해지는 게 아님을 알아야 한다"고 질타했다.
중국 제조업 업그레이드 계획인 '중국제조2025'와 관련된 뉴스는 TV와 신문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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