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

[일본]같은 근로단축法… 일본은 기업 숨통 터줬다 (조선일보)

colorprom 2018. 8. 3. 14:57

같은 근로단축일본은 기업 숨통 터줬다

  • 곽창렬 기자

  • 이기훈 기자


  • 입력 : 2018.08.03 03:08 | 수정 : 2018.08.03 10:42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
    우리처럼 노동법 개정했지만 성수기엔 더 일하게 조정 가능

    한국과 일본은 최근 장시간 근로에 따른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며 노동법을 개정했다.

    우리나라는 지난달 1일부터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없도록 한 근로기준법을 시행했고,

    일본 의회도 지난 629'일하는 방식 개혁법'을 의결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일부 업종에서 주 52시간을 도저히 맞추기 어렵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지만

    일본에선 그런 부작용이 덜하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획일적으로 근로시간을 규제한 반면

    일본은 성수기엔 더 일하고 비수기엔 쉴 수 있도록 기업 숨통을 터주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2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낸 보고서('70년 만의 노동 대개혁, 일본의 일하는 방식 개혁 법률')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은 비슷한 시기에 장시간 근로를 막기 위해 근로시간 상한을 두는 법을 만들었다.


    일본도 원래 우리나라처럼 하루 8시간, 40시간을 법정 근로시간으로 규정했지만

    노사가 협의하면 사실상 제한 없이 초과 근로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법률로 초과 근로45시간, 360시간으로 제한했다.

    이를 어기면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30만엔(303만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

    이를 1주 단위로 환산하면 최대 근로시간은 주당 약 51.3시간으로 우리나라(52시간)와 비슷하다.

    그러나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첫째, 우리는 규제 대상 기간이 일주일이지만 일본한 달로 정했다.

    둘째, 일본은 노사가 합의하면 어떤 업종이든 연간 720시간까지 초과 근무를 할 수 있게 했지만

    우리나라에서 특별 초과 근로는 자연재해 등 긴급 상황에만 가능하다.

    한국, 일본의 근로시간 규제 비교 표

    일본의 경우 특정 주에 일이 몰려 52시간 넘겨 일했더라도

    다른 주에 근로시간을 줄여 초과 근로를 월 45시간 이내로만 맞추면 된다.

    어느 직장이든 성수기에는 더 일하고, 비수기엔 더 오래 쉴 수 있게 한 것이다.


    우리나라주 단위로 근로시간을 52시간 이내로 해야 하기 때문에 융통성을 갖고 일하기 어렵다.

    일본은 또 노사가 협의할 경우에는 특별히 초과 근로를 연 720시간(1개월 100시간 이내)까지 더 할 수 있게 해 성수기엔 주 최대 65시간 정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은 또 신기술이나 신제품 등 연구·개발 인력은 초과 근무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일손이 부족한 건설·자동차 운전 근로자, 응급 상황 대응이 필요한 의사 등은

    향후 5년간 초과 근무 규제 적용을 유예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조승래 환경노동팀장은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넓은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노사 협의와 고용부 장관 인가 등을 거쳐 주 52시간 넘는 특별 초과 근로 규정이 있지만,

    자연재해 등 긴급 상황에만 가능하다.

    기준이 까다로워 2013년부터 5년간 특별 초과 근로가 승인된 경우는 38건에 불과하다.

    최근 경영계"특별 초과 근로 인가 사유를 넓혀 달라"고 했지만 고용부거부했다.

    우리 경영계에선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이라도 1년으로 늘려 달라"고 요구했다.

    우리나라는 최장 3개월까지 탄력근로제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노사가 서면으로 합의해야 하고 단위 기간이 최대 3개월로 짧기 때문에

    성수기가 길게 이어지는 업종 등에선 실효성이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경영계 요구에 대해 고용부

    "당장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늘리면 근로시간 단축의 취지가 훼손된다"는 입장이다.

    개정된 일본 노동법에서 눈에 띄는 것은

    금융인 등 일부 고소득 전문직에 사실상 근로시간 제한을 두지 않는 '탈시간급(脫時間給)' 제도.

    이 제도는 고소득 전문직 근로자는 어디에서 몇 시간을 근무하든 성과에 따라 급여를 받는 현실을 반영했다. 연봉 1075만엔(1884만원) 이상 애널리스트, 컨설턴트, 연구·개발 업무 종사자 등이 해당한다.

    성과 위주여서 야근이나 초과 근로 수당 등도 적용받지 않는다.

    물론 해당 전문직 근로자의 동의를 거쳐야 하고, 연간 104(4주에 4)의 휴일은 보장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재량 근로제'가 있다.

    하지만 근로자 대표 동의를 거쳐야 하며 일부 업종에만 가능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장근로수당 등도 적용받는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근로시간 규제는 몇 시간 일하는지가 중요한 생산직 위주의 획일적이고 낡은 방식"이라며

    "업무 자율성이 높아지는 사무직·전문직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근로자의 자율적인 선택권을 확대한 일본 사례는 참조할 만하다"고 했다.



    ※ 이 기사는 조선일보 지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03/2018080300201.html#csidx702d62a72fe8b92bb76245a3a83f6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