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영유아 36만명 접종… 파장 확산
'독(毒)이 든 분유에 아동 학대/오늘은 가짜 백신까지/
독공기 독식품/아픈 백성은 눈물범벅/
독제도 독정부/중국 공산당을 전복하자/공포를 이기자.'
중국에서 수십만 명 영유아가 접종한 DPT(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 백신과 광견병 백신이
아무런 효과도 없는 불량 백신임이 드러나면서 불붙은 민심의 들끓는 분노가 급기야
'공산당 전복' 구호까지 등장할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
가짜 백신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부모들과 어린이들로 북적이는
중국 각지 어린이 병원 화장실 문과 벽면에 '화장실 혁명에 응답한다'는 제목의
공산당 전복을 촉구하는 격문이 휘갈겨진 낙서로 나붙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가 화장실 업그레이드 캠페인을 '화장실 혁명'이라고 부르는 걸 비꼬며,
'공산당 전복이 진짜 혁명'이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문제의 백신을 만들어 유통시킨 중국 2위의 백신 메이커 창춘창성은
그러나 중국인들의 분노한 민심은 수그러들 분위기가 아니다.
주중 미국 대사관의 공식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계정은
24일에도 브랜스태드 주중 미국 대사에게
"미·중 무역 전쟁을 통해 중국 안에 미국산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접종소를 설치해달라"
"중국 정부는 우리 아이들을 지킬 능력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얘기해서 우리 아이들을 구해준다면 정말 감사하겠다"는
애원·하소연·분노로 점철된 글들로 도배됐다.
지난 2월 중국 증시 폭락 때 열받은 중국 개인 투자자들이 주중 미 대사관 웨이보에
중국 증권감독 당국을 비난하는 댓글을 무더기로 남긴 것과 같은 일이 재연된 것이다.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에서 '백신'이라는 단어가 4억 회 이상 언급됐다는 점도
중국인들의 충격과 분노를 짐작게 한다.
민심의 분노는 사방으로 튀고 있다.
불량 백신을 만든 창춘창성은 회사 홈페이지가 해킹을 당했다.
해커는 '너를 속이지 않을게… 조국의 미래여'라는 메시지와 함께
얼굴을 찡그리며 주사를 맞고 있는 어린이들의 사진을 올려놨다.
창춘창성의 엉터리 DPT 백신 25만 개가 보급된 산둥시의 한 지방 매체는
"우리 동네엔 문제의 백신이 유입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가
총편집이 문책당하고 독자에게 사과하는 사태를 빚었다.
중국 CCTV에 출연한 중국 식의약관리감독국 관계자가
명품 브랜드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로 구설에 오르는 등 분노의 불길이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정부가 백신 국산화 라는 명분으로 외국 제약사들을 쫓아낸 뒤
중국 백신 업계는 공격적인 로비와 정부 지원금으로 부를 쌓는 고질적인 문제를 키워왔다"고 지적했다.
창춘창성의 가오쥔팡 회장은 지난해 포브스 차이나의 중국 부호 명단에서
자산 11억달러(약 1조2500억원)로 371위에 올랐지만,
이 회사는 작년 중국 정부로부터 무려 4830만위안(약 81억원)의 보조금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