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를 따지 못했고 운전도 못 하고 있어요." 뜻밖의 대답이었다. 하지만 이유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우디는 지금 대변화의 길을 걷고 있다.
특히 '오일 머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산업 다각화 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사우디의 베네수엘라화(化)를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다.
남미 최대 산유국 베네수엘라는 석유 산업에 안주하며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을 소홀히 했다가
국민이 쓰레기통을 뒤지고 지폐는 화장실 휴지로 쓰일 정도로 경제가 파탄 났다.
왕정인 사우디는 선거를 치르는 베네수엘라만큼 포퓰리즘 정책이 심하지 않고,
국고에 '오일 머니'도 남아 있지만 바닥나는 건 시간문제다.
'이대로 가다간 큰일 나겠다'는 위기감이 빈 살만을 개혁의 길로 이끌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빈 살만은 개혁안을 짤 당시 영·미권 유명 정치 컨설팅 업체의 조언을 받았다고 한다.
사우디의 국가 발전 원동력을 '오일 파워'에서 '맨·우먼 파워' '영파워'로 전환하라는 것이
컨설팅의 핵심 제안이었다.
사우디는 인구 2000만명의 60%가 30세 이하인 '청년 부국'이다.
대학생의 52%가 여성일 만큼 양질의 여성 인력도 풍부하다.
사우디가 '산유국 이후'를 준비하려면
대학을 나온 여성 인재들이 운전조차 못 하고 사장(死藏)되는 현실부터 혁파해야 한다.
전 세계 무슬림 18억명이 하루 다섯 번 카바 신전이 있는 사우디를 향해 엎드려 절한다.
운전대를 잡은 여성이 등장한 사우디에서 불기 시작한 변화의 바람이
아랍·중동·이슬람권 전체로 확산될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