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07.19 03:16
한여름 일본 전역에선 불꽃축제(하나비·花火)가 벌어진다.
도쿄의 아사쿠사 하나비는 일본 3대 불꽃 축제로 꼽힐 만큼 명물이다.
7월 마지막 주 토요일이면 스미다가와(隅川) 하늘을 수놓는 불꽃을 보러 해마다 100만명이 몰린다.
사람들은 아사쿠사역에서부터 지정된 길을 따라 거북이걸음으로 움직인다.
손에 손에 불꽃을 보며 먹을 음식을 들고 있다.
몇년 전 이곳을 다녀온 친구는 "그렇게 많이들 모였는데 끝난 뒤 쓰레기 하나 보이지 않더라"며 신기해했다.
▶국내에선 초가을 여의도 불꽃축제가 유명하다.
▶국내에선 초가을 여의도 불꽃축제가 유명하다.
지난해 100만명 몰렸다.
그런데 축제가 끝난 뒤 두 도시 모습이 많이 다르다.
한강 공원엔 20m 간격으로 컵라면·치킨 등 쓰레기 무덤이 생긴다. 수거하는 쓰레기가 매년 30t 이상이다.
최근 도쿄 특파원을 마치고 돌아온 동료가 "몇년 만에 돌아와 보니 거리가 더 지저분해진 것 같다"고 했다.
일본과 비교돼서 더 그럴 것이다.
▶러시아월드컵에서 일본 선수단과 응원단이 보여준 뒤처리 매너는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16강전에서 벨기에한테 역전패당한 날 일본인들은 눈물이 범벅된 채 주머니에 페트병을 주워담았다.
일본 선수들이 사용한 라커룸은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했다.
탁자엔 '감사합니다' 메모가 남아 있었다. 대표팀 스태프가 청소했다고 한다.
CNN은 이를 '일본 선수들의 고급스러운 고별인사'라고 전했다.
▶2002년 월드컵 한·미전 거리 응원 때 서울시청 앞에 40만명이 모였다.
열기는 넘쳤지만 시민들은 자제했고 쓰레기는 집으로 가져갔다.
그러나 4년 후 월드컵 토고전 때는 광장에 먹다 버린 생수병과 맥주 캔이 가득했다.
외부 시선이 있다거나 무슨 캠페인이 있으면 조심하지만 대부분 막 한다.
18일자 조선일보 2면에 실린 사진을 보니 고질병이 그대로다.
한강 공원에 분리수거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쓰레기통마다 먹다 남은 음식이 가득하다.
▶한강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시민 휴식 공간이다.
그러나 한강 공원을 걸을 때마다 노천 음식점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열대야로 앞으로 더 많은 시민이 나와 먹고 마실 것이다.
전국의 해수욕장 백사장도 마찬가지다.
브라질에선 몇년 전 축제 기간 맥주캔에 바코드를 넣어 그걸 갖고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덴마크에선 재활용 판지로 만든 일회용 쓰레기통을 대량 보급해 공원과 축제 장소 쓰레기를 크게 줄였다.
우리는 시민의식도 아직 모자라고 제도나 행정도 못 따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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