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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林火山海 (서진영 9, 조선일보)

colorprom 2018. 5. 18. 15:00

[서진영의 CEO 명심보감] [9] 風林火山海

  •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원장


입력 : 2018.05.18 03:10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원장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원장


1999년 10월 31일 베이징 시내 한 빌딩,

알리바바를 창업한 지 1년 된 마윈(馬雲)을 만난 손정의(孫正義·일본명 마사요시 손) 소프트뱅크 사장은

단 6분 만에 투자를 결심한다.


'6분 만의 담판' 자리에서 손정의가 품은 경구는

'손자병법(孫子兵法)' 군쟁(軍爭)편에 나오는 '기질여풍(其疾如風)'이었다.
이 말은 '빠르기는 바람과 같이 하라.

신속하게 행동해야 할 때는 질풍처럼 재빠르게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비즈니스에서의 빠름은

전략적 민첩성으로 상황을 빠르고 정확하게 인식하여 기회를 놓치지 않는 지혜에 속한다.

시장과 기술, 경쟁자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게 획득하고,

의사 결정과 그 집행을 최대한 빠르게 할 수 있는 역량을 '주역(周易)'에서는 '견선즉천(見善則遷)'이라 했다. '선한 것, 좋은 것을 보면 바람이 옮기듯 빨리 하고,

허물이 있으면 우레를 두려워하듯 신속하게 고치라'는 것이다.

여러 협의를 거쳐 손정의가 2000년에 적기(適期) 투자한 2000만달러(약 210억원)의 자금은

2014년 9월 19일 알리바바그룹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上場)할 때,

손정의에게 지분율 34.4%의 최대 주주 지위와 함께 578억달러(약 62조원)의 추정 가치로 돌아왔다.

3000배에 가까운 엄청난 투자 수익률이다.

더 나아가 손정의는 손자(孫子)를 뛰어넘는 자신만의 전략을 추가했다.

'기질여풍'과 '풍림화산(風林火山)'에 그친 손자병법에 바다 '해(海)'를 넣은 것이다. 손정의의 설명이다.

"'바람처럼 빠르게, 숲처럼 고요하게, 불길처럼 맹렬하게, 산처럼 묵직하' 라는 풍림화산으로

승부를 봤더라도 평정이라는 작업이 남아 있다.

넓고 깊은 바다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평정할 때 비로소 싸움이 완결된다.

해당 기업과 시장을 치유하고 포용해야 한다."

각각 수조 엔(円)을 들여 미국 이동통신사 스프린트, 영국 반도체 전문기업

세계적 기업들을 속속 인수·합병(M&A)하고 있는 귀재(鬼才)다운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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