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12] 역사의 더딘 전진, 빠른 후퇴
입력 : 2016.09.06 03:03 | 수정 : 2016.09.06 16:39
지난해 출간된 미셸 우엘벡의 '복종'은
2022년 프랑스 대선에서 이슬람박애당 당수가 승리하는 상황을 가정한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이슬람이 집권하자, 거리의 분위기는 무겁고 고속도로는 텅텅 빈다.
섹시하던 여자들 의상도 때깔 없는 바지와 헐렁한 긴 블라우스로 바뀐다.
직장에서 여성은 사라지고, 그간 은밀하게 이슬람에 동조하던 인사들은 출세하고
열다섯 살 소녀를 아내로 더 들인다.
터무니없는 가정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소설 전개가 흥미롭고 생생해서 좀 오싹하기도 했는데,
터무니없는 가정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소설 전개가 흥미롭고 생생해서 좀 오싹하기도 했는데,
우연히 보게 된 40년 전과 후를 대조한 두 쌍의 사진이 그것이 소설에나 나올 이야기가 아님을 깨닫게 했다.
한 쌍의 대조는 1972년 카불 시내 거리를 세 명의 여학생이 셔츠블라우스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신나게 떠들면서 활보를 하는 모습과 2012년 세 여성이 부르카를 쓰고 맥없이 앉아 있는 모습이다.
또 한 쌍의 대조는 1970년 테헤란에서 화사한 상의와 미니스커트 차림의 여학생들이
활기찬 모습으로 수업을 받는 풍경과 2009년 비슷한 교실에서 여학생들이 모두 까만 차도르를 쓰고
경계하는 눈빛으로 카메라 쪽을 보고 있는 모습이다.
두 쌍의 사진을 보면서 역사의 시곗바늘을 되돌리는 것이 단칼에 이루어질 수 있는 일임을 깨닫고
두 쌍의 사진을 보면서 역사의 시곗바늘을 되돌리는 것이 단칼에 이루어질 수 있는 일임을 깨닫고
강한 충격을 받았다.
수십, 수백 년에 걸쳐 쟁취한 진보가 단 하루 만에 물거품이 된 예는 허다하다.
대부분은 현 체제의 부패와 독재에 대한 반감이 국민을 혁명에 호응하게 하는데
안타깝게도 그 혁명은 절대적 독재라는 수단으로 유지되며 차차, 무섭게 부패해간다.
이제는 통일을 '대박'으로 기대하는 국민은 많지 않은 것 같지만
이제는 통일을 '대박'으로 기대하는 국민은 많지 않은 것 같지만
우리는 어쨌든 통일이 되면 남한이 북한 동포를 압제와 가난에서 구해주는 시혜자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북한이 완성된 핵무기로 남한을 초토화하겠다고 위협하면
우리는 허둥거리다가 북한에 '접수'되어버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때, 콧대 높은 민주시민이던 우리가
사상범 수용소나 탄광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주체사상의 광신도가 되지 않는다고 장담은 하지 못한다.
우리 지도층이 대오 각성해 자정(自淨)으로 국민의 반감을 불식하고
우리 지도층이 대오 각성해 자정(自淨)으로 국민의 반감을 불식하고
국민도 서로 반목과 갈등을 해소할 길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지난 100년의 시련을 통해 얻은 성과가 일순간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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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9/05/201609050284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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