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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희망은 비관 속에서 피는 꽃- '캐스트 어웨이' (백영옥, 조선일보)

colorprom 2018. 1. 6. 17:49


[백영옥의 말과 글] [29] 희망은 비관 속에서 피는 꽃


입력 : 2018.01.06 03:02

백영옥 소설가
백영옥 소설가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주인공 척 놀랜드,
그는 해외를 돌아다니며 어떻게 하면 가장 빠른 시간에 정확하게 고객에게 물건을 배송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국제배송업체 간부다.
늘 시간에 쫓겨 사는 그에겐 사랑하는 여자 친구 켈리가 있지만 막상 그들이 함께할 시간이 많지 않다.
연인에게 사진이 담긴 시계를 선물받은 그는 연말을 기약하며 그렇게 그녀와 헤어진다.

배송 물건을 가득 실은 비행기가 바다에 추락한 건 그로부터 몇 시간 후다.
기내는 아수라장이 되고, 그가 눈을 떴을 때 주위에는 높은 암벽과 야자수 나무만 가득했다.
늘 시간에 쫓겨 살던 척에게 남겨진 것은 오로지 '시간'뿐,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가 된 그는 야자 열매와 물고기만 먹으며 어떻게 견뎌냈을까.
놀라운 건 섬에서 그가 생존한 시간이 무려 4년이라는 거다.
어느 날 파도에 밀려온 알미늄 판자는 그에게 뗏목을 만들 희망을 심어준다.
섬에서 탈출할 뗏목을 만들며 그는 말한다.

"우리는 시간에 살고 시간에 죽어. 시간을 얕보는 건 큰 죄악이야."

4년이라는 시간은 많은 걸 바꾸어 놓는다.

탈출 과정 중 동고동락해온 배구공 윌슨을 떠나보내며 주인공이 울부짖는 장면은 아직도 가슴에 선하다.


가까스로 구조된 후 다시 돌아온 세상은 그가 무인도에서 꿈꾸던 그 세상이 아니었다.

여자 친구 켈리는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

"살아나기 위해! 난 끝까지 버텼어.

그러던 어느 날 조수(潮水)가 밀려왔고 바람이 뗏목을 밀어줬어.

난 계속 살아갈 거야. 파도에 또 뭐가 실려 올지 모르니까."

생은 아이러니하다.

그의 비행기를 추락시킨 거센 바람은 다시 그의 빈약한 뗏목을 밀어주는 바람이 된다.

그를 무인도에 표류시킨 거친 파도는 다시 뗏목의 재료를 그의 발밑까지 밀어준다.


희망이라는 말은 희망 속에만 있지 않다.

희망비관 속에서 끝내 피어나는 꽃이다.

그 꽃에 이름이 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일 것이다.

그렇게 삶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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