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우리 아버지도 남자이셨네요...*^^*

colorprom 2017. 4. 20. 11:42

2017년 4월 19일, 수요일


저녁식사를 하러 자리에 앉았는데, 뭔가 아주 절실하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는 듯 했다.

머리를 만지시며...으으음...남자 2명...그동안은 그 사람이 했는데...

아!  머리요?!  (설마 이발소???) 아, 아줌마가 머리 잘라주셨다구요?  아...

(아, 우리 아버지도 남자사람이셨구나...그걸 깜빡 잊었었네!!!  *^^*)


얼른 눈이 마주친 뒷 자리의 주민부부(!)께 여쭈었다.

- 여기 남자 두분이 머리 하시는 이발소가 있나요?

- 아, 있어요.  올림픽 상가 지하에. (엥?  그 지하?  거기 엘리베이터 없는데...!!!)


그렇지 않아도 엘보가 와서리 팔 쓰기 불편해 하는 남편과 계단문제로 옥신각신하는데,

그 주민께서 눈치를 채시고 또 한 가지 정보를 주셨다.


-오륜상가 아세요?  거기 1층에 OOO미용실이 있는데 거기도 잘 해요.  우리 남편도 거기 가요.


아이쿠...우리 아버지 뭔가 감 잡으셨다.  우리 둘이서 당신 양쪽 잡고 가면 안되겠냐는 뜻을 전하셨다.

그러면서, 아냐, 아니야, 어려워, 어려워...혼잣말도 하시고!


그래, 가자.  어찌 되겠지!!! 하고 나선 이발소 길.

막상 내려가는 계단 앞에서 발이 딱 얼어붙으셨다.  안돼, 안되겠다....하시며.


- 에이, 우리가 잡고 있잖아요. 괜찮아요.

- 위험해, 안돼, 잘 잡어, 잘 잡어, 잘 잡어...


우와...3이서 한 조로 계단 내려가는 것, 무지 힘들었다.

겨우 지하로 들어서서 짐짓 아버지 팔을 놓았더니, 우와...자동으로 우회전.  길을 기억하시네...

조심조심 걸어 들어가시더니 환히 웃으며 인사하셨다. '오랫만입니다~'


5년 만에 오셨단다.  20년, 30년 단골이셨단다.  여기로 이사하고 부터 쓰러지시기 전까지.

쓰러지시고 4년이니까 아마도 4년 만일 터인데, 계속 5년 만에 왔다고 하시며 좋아하셨다.

(아버지는 말이 어눌하시고 숫자개념도 없으시다.)


곱게 머리 자르시고, 스팀거품면도도 하시고, 세면대 머리 감기까지! 풀 코스! 14, 000원!

깨끗한 얼굴로 환히 웃으시며 고맙다 하시는 아버지...우리 아버지도 남자사람이셨다!  ㅎㅎㅎ~


- 아, 이제 알았으니까 자주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에이~부자 동네 상가, 엘리베이터 좀 놓지!)


집에 들어가서도 정말 진심으로 인사하셨다.  - 고맙다. 정말 좋다, 정말 고맙다!

그동안 한 일 중에 이발소 일이 최고로 잘 한 일이었던 듯!!! (아이고, 아버지~ *^^*)


글쎄, 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할까?

뭐라할까...'어쭈?!  멋 부리고 싶으셨다, 이거지요?!'  뭐 이런 기분??? ㅎ~

90 넘은 할머니를 미장원에 모시고 가서 이쁘게 해주세요~염색도 하시고요...하며  보는 기분이 이럴까?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이발소에 모시고 올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을 속으로, 저 속으로 꾹꾹 눌렀다.

아버지의 최고의 호강...그래요, 여기 자주 옵시다요!!! 

그리고 남편, 아버지 모시고 다니게 팔다리 운동 열심히 합시다!!!  *^^*


에이, 이럴 줄 알았으면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 일찍 놔 달라고 데모라도 할 것을요~*^^*

(이 동네 주민도 아님시롱~*^^*)


아버지 양쪽 겨드랑이에 팔 끼고 모시고 내려오느라 후줄근~지쳤다.  *^^*

그래도 이렇게 한 곳에서 오랜 세월 일을 하고 계신 분들께 감사~~~ *^^*


'이 맛에 여기 들 오시지요~'하신 이발소 아저씨.  아버지 말씀에 전에는 젊은이였었단다.  *^^*


나는 어려서 상고머리 한다고 이발소 다닌  이후로 처음이었다.  *^^*

그때는 의자에 빨래판 같은 것을 올리고 그 위에 앉아서 머리를 잘랐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