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03 일
벚꽃이 만발한 성내천에 비가 내린다.
주일예배를 마치고 목사님과 함께 하는 점심시간이 한 삼십 분 남았다.
따끈한 커피 한 잔을 들고 검은 우산을 받쳐 들고 성내천을 걷는다.
아내는 장모님 병실에서 할 일이 있어 난 혼자다.
비오는 날 한 손엔 우산을,
다른 한 손엔 커피를 든 아저씨.
성내천 풍경을 망치고 있다는 걸 나도 안다.
모자 쓰고 장갑 끼고 건강을 위해서는 못할 것이 없다는 모습인 아저씨와 아줌마는 그래도 익숙하다.
아저씨가 봄비에 젖어서 길을 걸으면 안된다는 법은 없을 텐데.
스치고 가서는 뒤돌아보는 이에게
내겐 아무런 사연이 없다고 말하고 싶다.
점심시간까지 약간의 여유가 있을 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