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니까요 -사봉의 아침편지
- 가족: 막 대하는 게 가족이 아니라, 친할수록 손님 대하듯 해야한답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을 꼽으라면
사람을 돌보는 일일 것입니다.
어린이집 선생님도 힘들지만 그보다 더 힘드는 일이
고령의 어르신들을 모시는 요양원 일일 것입니다.
자식들이 집에서 모시다 모시다 방법이 없으면 찾는 곳이니까요.
그곳에 근무하는 간호사와 잠시 얘기를 나눴습니다.
"어쩌면 모두들 천사처럼 보여요."
"다들 자기 일인 걸요."
"그래도 그렇지 어쩌면 그렇게 어르신들께 잘 하세요."
"남이니까요."
"......"
그 간호사는 친정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친정 근처로 이사를 왔답니다.
"효녀시네요."
"웬 걸료. 요즘 무척 후회 해요."
"왜요?"
"매일 어머니와 싸우는 게 일이거든요."
"요양원에서는 그렇게 잘 하시면서요?"
"그러게요. 남한테는 잘 하는데... 엄마한테는 영 안 돼요."
여전히 귓가에 맴돕니다.
'남이니까요...'
얼마 전 TV에서 본 토크쇼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회식 자리에서 앞에 앉은 여성이 깻잎 반찬을 떼는 데
여러 장이 딸려 올라가기에 젓가락으로 눌러줬답니다.
옆에서 그걸 본 아내와 크게 부부싸움을 한 모양입니다.
아내가 깻잎 뗄 때 한 번도 눌러준 적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춘추좌씨전에 나오는 상경여빈(相敬如賓)이 바로 그 말이 아니겠습니까?
아내를 손님 대하듯 했으면 아내의 깻잎도 눌러주었을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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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봉 조진형님의 글을 읽고, 마음이 쿵~했다.
예의가 포장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예의는 왠지 가식적이라고, 위선적이라고 느껴졌었다.
지금은...예의는 깨끗한 몸을 가리고, 보호하는 [옷]이라고 생각한다. *^^*
가족이니까...내 사람이니까, 믿으니까...남이 아니니까...하며 편히 대한 엄마, 형제, 친구들...
사실은 나만 편했었다는 것을 알기까지 참 오래 걸렸다.
주위사람들은 [솔직한] 나로 인해 상처받고 있었다는 것을 참 오랫동안 몰랐었다.
그런 생각이, 행동이 무척이나 이기적인 것이었으며 폭력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데, 참 오래 걸렸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 이것이 나야...하며 우기던 어리석은 고집은,
남들과의 이상야릇하게 삐걱거리는 것으로도 바뀌지 않다가,
사실은 자식들과의 불편한 관계를 느끼고서야 조금씩 바뀔 수 있었다.
내 자식들에 대한 섭섭함이 너무나 아파 남들과의 섭섭함은 오히려 잊혀질 수 있었다.
그리고 내 모습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보게 되고, 엄마를 생각하게 되고, 하나님을 생각할 수 있었다.
자식이 내 키를 넘어가야 철이 난다...는 말은
자식이 지적할 수 있게 되는 나이가 되면, 성인이 된 자식이 나를 객관적으로 지적하게 되면~
그때에야, 자식의 눈에도 거슬린다면...하며 겸손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는 뜻 아닐까?
성인이 된 자식들이 어렵다고 느꼈던 때가 꽤 오래 갔다. (사실은 지금도 편하기만 하지는 않다!)
그 시간은 참으로 힘든 시간이었다. (배신감까지 느꼈었다! ㅎ~)
그 시간을 지내며 엄마를, 친정엄마를 사람 성인 엄마로 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호칭은 여전히 엄마였지만, 진정 '한 사람'으로 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언젠가 막내시누에게 감히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 고모, 내가 고모 시어머니 모실테니, 고모는 우리 시어머니 모실래?
기억이나 하나 모르겠다. 명동에 있던 때였는데...!!!
친하다는 말...편하다는 말...사랑한다는 말...이 내 감정에만 충실하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을 아니까.
지금은 시어머니랑도 같이 살 수 있을 것 같다.
성인이 된 자식과도 예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아니까.
친부모와도 성인 자녀로서 예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아니까.
예의가 가식이나 쑈가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아니까.
솔직하다는 것이 있는 그대로 생경스런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아니까.
깨끗이 씻은 몸을 겸손히 가리는 것이 [예의]이며 [지혜]임을 이제는 압니다!!! *^^*
그것이 [나잇값]임을 이제는 압니다!!! ㅎ~
결혼하고 자식낳고, 다 자란 자식으로 부터 상처받고...이 모든 것이 내게 유익이었음을 압니다.
감사합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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