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20일, 월요일
살 날보다 산 날이 더 많은, 그래서 돌아가실 날에 훨씬 더 가까운 아버지를 생각합니다.
죽음 쪽에서 삶을 생각해 봅니다....
아버지 병원이 정식으로 오픈되었습니다.
오늘부터 완전히 면회가 자유로와집니다. ('메르스'로부터의 해방!)
드디어 오늘, 엄마의 죽음을 아직 모르시는 아버지를 만나러 갑니다.
지난 6월 3일이 엄마아버지 마지막 만남이었습니다.
엄마는 6월 5일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그대로 면회금지가 되었으니...47일만의 만남입니다.
문제는 엄마의 죽음을 알려드려야하나 알려드리지 말아야 하나~였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약해지고 두려운 마음이 생겨 점점 알려드리지 않는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알려드리면, 아시게 되면...식사 거부라도 하시면 어쩌나...나도 따라 죽어야겠다고 하시면 어쩌나...
충격으로 병원에서 나오려 하시면 어쩌나...간병인들이 감당 못하게 되면 어쩌나...
아버지의 충격도 걱정이지만 사실 아버지가 병원에서 나오시게 될 일이 더 걱정이었을 겁니다. 솔직히...ㅎ~
누가 자신있게 알려드려라, 말아라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아버지가 나라면...나는 알고 싶을 것 같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삶을 모르고, 속아서 지내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엄마와의 이별식이든, 엄마와의 상봉을 기대하시든...아버지께 시간을 드려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충격, 남은 자로서의 충격이 어떤 능력을 발휘하게 될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가까이 있다고, 언젠가는 마주할 거라고 생각했던 그 순간을 옆에서 보시며 어떠하실찌...
그런 아버지를 보면서 우리도 다시 확인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아버지를, 죽음을, 그리고 삶을.
엄마의 죽음을 마주할 아버지를 생각하며 벌써 가슴이 두근두근 합니다.
기왕에 지금까지 모르신 것...계속 모르시게 하고 싶습니다, 사실...ㅠㅠ...
(그러나 그렇게 되지도 않을 것이지만, 그것은 거짓 평화라는 것을 압니다.)
알려드릴 시점이 오늘일지, 오늘은 아닌 다른 날일지는 오늘 가 뵙고 판단하렵니다.
그러나 그 시점은 '언젠가'가 아닌, '곧'~일 겁니다.
86년을 기다려주신 하나님께서 86세에 세례를 받으신 아버지와 함께 해 주실 것을 믿습니다.
다녀왔습니다.
딸 셋 부부 + 근처에 일 나왔던 둘째 딸의 딸~해서 토탈 7명이 병원에 나타나자,
아버지는 눈물을 글썽이셨습니다. 아, 다 괜찮구나, 살아들 있었구나...하시며.
몇 번이나 엄마 안부를 물으셨습니다.
빵에 커피에 만두에...몇 번을 좋다, 좋다 하시면서도 '엄마는 어떠냐고, 좀 나아지겠냐고' 하시더니,
헤어지실 때도 '엄마만 괜찮으면, 나아지면...좋을텐데...' 하셨습니다.
전염병으로 모두들 전쟁통같이 지낸 줄 아셨던 것입니다.
결국 우리부부가 '언젠가, 곧' 터뜨리기로 했습니다!!! 으흠.....!!! 마음에 비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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