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친정] 엄마의 죽음은 하나님의 작품이십니다. 감사합니다.

colorprom 2015. 6. 12. 18:06

2015년 6월 12일, 금요일

 

엄마 가신지 꼭 1주일 되는 날이다.

 

6월 5일, 금요일, 아침에 삼성병원 심전도실로 오라는 막내의 급한 연락을 받고 가면서도

임종은 상상도 못했었다.

맨발에 핑크색 체크남방에 7부바지를 입고 나섰으니까.

얼마쯤 갔을까?  '삼성병원에 가려면 상기도 먼데...' 갑자기 재채기를 했다.

- 어?  감기기운이 있나?  안되는데...노인병원 다니려면 감기 걸리면 안되는데...

엄마의 장례식을 치룰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입원 정도는 각오했을까?

 

이제사 그 재채기가 [엄마] 아니었을까 싶다.

 

수요일 뵈었을 때, 금요일 병원가신다고 하셨고, 당연히 둘째가 함께 가는 줄 알았다.

막내의 전화를 받고 '그런데, 왜 네가 전화를 해?'하고 물었다.

- 아,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언니.  빨리 와!

 

학교 출근을 미루고 엄마 정기검진에 나선 막내동생과 남편...(둘째는 자기 병원을 다녀와 교대예정이었단다.)

막내는 먼저 영상의학과 신고, 접수하러 가고, 남편은 휠체어를 밀고 응급실 옆 출입구로 들어가려는데,

엄마가 '궂이궂이' 정문으로 들어가자 하시더란다. (평소에 당신 주장을 그리 하시는 분이 아닌데...)

그리고는 X-레이실로 가려는데 이번에는 또 동생 남편이 '심전도실'을 먼저 가자 하더란다.

그리고는 담당자가 급히 동생을 찾고, 응급조치 안하고 뭐하느냐? 는 동생의 외침에 의사 쫓아오고...

그 길로 엄마는 쇼크상태, 의식불명...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4형제부부가 3층 중화자실에 다 모여있었고,

엄마는 심폐소생술로 가슴에 피멍이 들고, 갈비뼈가 부러진 상태였다.

이미 엄마의 맥박은 60대, 50대 40대로, 30대, 20대로 죽죽죽 떨어지고 있었고,

막내는 정신없이 동분서주, 종부성사 신부님을 찾다가...겨우 주임신부님의 친구분으로 식을 마쳤다.

그러는 중에도 맥박은 계속 떨어지고...

문득, 엄마발치에 홀로 섬처럼 서있던 올케를 내 자리로 끌어들였다. '마지막 인사해...'

올케의 손이 엄마 발에 닿았을 때...0.....

젊고 예쁜 여의사가 선언을 했다.  '강일옥님, 2015년 6월 5일, 오전 10시 15분, 운명하셨습니다.'

 

2층 심전도실로 들어가셔서 3층 중환자실로, 그리고 장례식장으로...응급실을 살짝 돌아 나오셨다.

삼성병원 응급실을...와아....

 

장례식이 다 끝나고, 뉴스를 들으며 난리 통에 무사히 빠져나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난리도 아닌 메르스 진원지, 삼성병원을 어찌 그렇게 빠져나왔을까...

 

동생들이 엄마 얼굴을, 팔을, 다리를 쓰다듬을 때, 나는 위를 봤다.

아니까...지금 엄마는 이 위에, 무거운 몸 벗어나서 가볍게 계실 것을 아니까...

그리고 웃었다.  '엄마, 수고하셨어요.  엄마, 예수님만 찾아야 해요.  엄마, 하늘나라로 곧장 가셔요...'

 

장례식은 메르스 덕분에 오히려 평안했다.

삼성병원의 20개 방 중에 겨우 3방만 있었으니까.  (참, 이런 일도 있네...)

그 와중에 목숨걸고 오신 분들, 감사!!!

(가족 중에 가장 연세 높으신 우리 시어머니, 마스크에 장갑 끼시고 제일 먼저 오셨다!  감사합니다~)

 

월요일부터 출근했다.  아무런 일이 없이 돌아가는 세상...그렇구나, 아무 일도 없었구나...!

문득문득 아무 이유없이 울컥 쏟는 눈물...아, 이런 느낌이구나...이렇게 이별식을 하는구나...

머리 따로 몸 따로~가 이렇구나...

 

일을 하다가도 문득 그동안의 사진들을 찾게 되고,

그때의 일기를 찾아보며 앞일을 모르는 그때의 나를 보게 된다.

터널의 끝을 모를 때, 터널을 바라보며 있는 나와

터널의 끝을 나와 터널을 뒤돌아보는 나는 전혀 다른 사람같다.

불과 얼마 전의 일들이 아득하니 멀리 느껴진다...

 

장례식 전과 후...그게 장례식의 의미렷다!

엄마가 벗어놓고 가신 옷을 붙들고 식을 하고 있구나...엄마의 부재를 확인하고 있구나...

 

매일의 글선물도 정리를 못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병원에도 메르스 바람에 금지령이 떨어져 방문을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이번 주는 단 한번도 차를 쓰지 않았습니다.

 

성당에서는 매월 마지막 금요일이 위령미사가 있다해서 이번 26일 미사에 참석할 겁니다.

그리고 7월 31일까지 매일미사가 올려지고, 그날은 우리식으로 '탈상'같은 미사가 집례된답니다.

그 또한 참 위로가 됩니다...

막연하지만 7월 31일까지는 그냥 즐기려고 합니다.  천천히...눈물과 웃음으로...!

 

그러고 나면 아마 조금은 더 의젓한 성인이 되어있을 겁니다.

부모가 돌아가셔야 어른이 된다잖습니까?!

 

어떻게 느끼나, 내가 어찌 될까...궁금합니다.

그동안의 공부가 어떻게 나타나 보여질지, 저도 참 궁금합니다. 

오늘은 일찍 퇴근할랍니다...꾸벅~*^^*

 

동생들은 '의료사고'라고 조금은 억울한 마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가장 좋은 시간에, 가장 좋은 방법으로 엄마를 모셔가신 것이라 믿습니다!!!

엄마의 쇼크상태를 겪은 직원들에게도 하나님은 어떤 식으로든 함께하셨을 것이라 믿습니다.

 

오늘, 둘째가 보내온 카톡글~우리는 이렇게라도 확인받고 싶어하는 연약한 존재들입니다!!!  ㅎ~ *^^*

 

[둘째] [오후 1:09] 헐,오늘 꿈속에선  각자의 성경책 가지고 결혼식에 참석했으며

주변에 아주 맑고 대단히 장대한 폭포가 있어 뛰어들까 망설이다가 깼네 글쎄~

좋은거지?

엄마가 바다가 보고싶다했는데~

 

[나] [오후 1:11] (씨익)좋아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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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오전 8:12] 떠나야 비로소 아는 것.

늘 같이해도 좋으나, 더 큰 걸 주기위해 떠나야 하는 것처럼, 엄마의 부재는 우리 위한 또 다른 선물인듯.

생전 우리에게 부담 안주고 힘이 돼주고 싶어했던 거 잊지말고,

여전히 집집 각자에게 보내주는 엄마지지 믿고, 엄마의 바램 뭘지 생각하며 노력합시다.

-미사중묵상나눕니다~!

 

어제 미사, 편했던 시간..하늘서 진짜 엄마 모셔갔다는 느낌.

세상에서 처럼 더 크게 우리 모두를 지켜줄 거라는 느낌.

이젠 위에서 함께하는 기분였음.


예수님.
슬퍼하고, 절망해 있는 제자, 가족들 앞에 나타나, '슬퍼하지 마라, 늘 함께할 것이다' 하셨지.

비로소, 모두 생전 유언, 바램의미 깨닫고, 각자 몫을 다시 살아간 것처럼, 엄마도 그런 의미로 다가왔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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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14일, 일요일

 

매일 퇴근길에 잠깐이라도 나누던 통화...전화걸 일이 없어졌음에 이상한 허전함을 느끼며

동생들이 올려주는 카톡방 문자를 애써 모으게 됩니다...ㅠㅠ...ㅎ~

 

내일부터는 6월 5일부터 멈춘 마태복음과 고린도전서, 오늘의 양식등을 계속 정리할 겁니다!  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