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22일, 월요일
19일, 금요일 밤, 아버님 추도예배를 끝내고 삼성병원 영안실로 갔을 때,
평소의 사진을 확대한 듯한 사진으로 우리를 맞아주신 한 장로님.
응, 왔어? 그래, 그랬구나...응, 그래요, 집사님, 아주 좋아요...수고했어요....
조금은 가늘고 짧은 말투의 장로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늘 공손한 자세, 반듯하고 섬세한 모습의 한신평 장로님은 영락없는 학자요, 양반, 선비모습이셨다.
그분은 KBS 클래식 PD셨다..
1948년 생,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부고 한신평 전 KBS 라디오센터장 별세
문득 생각나 검색을 해보니 이렇게 나온다. 1948년 생, 전 KBS 라디오센터장.
아, 높은 분이셨네...(나는 사실 개인적으로는 잘 모른다. 막연히 클래식 PD셨다는 것 뿐.)
교회에서 좀 멀리 지내는 편이었는데, 어느 날인가 한장로님 구역이 되고부터 구역예배 일원이 되었다.
그분과의 만남이 이상하게 송구스럽고 감사하고 뭔가 모르게 위로가 되고 마음이 편했다.
그분의 구역 모임은 그냥 흔한 기독교인들 교제모임이 아니었다.
뭐랄까...귀한 선생님과의 만남 같았다고나 할까.
겸손한 그분 앞에서 나는 저절로 철부지 아이가 되었고 그분의 짧은 칭찬에도 히~마음을 풀어버렸다.
되는 말, 안되는 말 할 것 없이 그분 앞에서는 '그런데요~'하며 내놓았었다. 뒤를 걱정함이 전혀 없이.
('장미꽃이요~'는 무슨 말이든 던질 수 있다는 암호였다. 던지고는 묻어버린다는.)
그런 일들이 그분께 짐이 되지는 않았을까. 어른으로서, 장로님으로서...
교회에서의 불화 또한 그분께 무척 무거운 짐이었을 것이다.
일반 교인이었으면 못 본척 지나쳐도 될 일도 장로라는 직분의 그분은 그럴 수 없었을 터이다.
고우신 분이 '아니요!'소리를 하기가 쉬웠을까?!
곱씹고 곱씹고, 확인하고 확인하고...그래, '아니오!'해야 해! 하시고는 얼마나 힘이 드셨을까.
4월에 종로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했을 때, 이상하게 피곤해보이신다...했었는데,
폐암 확진하고 4개월 만에 하늘로 가셨다....고우셨던 그분은 항암하는 것도 힘이 드셨나 보다...
응, 나 괜찮아요. 좋아요...얌전하게 두 손 모으시고 인사하시는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어쩌면 장로님은 내게 연락을 하셨을지도 모른다.
집사님, 내일 내 장례식, 내가 메모를 못할 것 같아요. 내가 어디를 좀 가야하거든요.
집사님이 되는대로 자세히 정리를 좀 해주세요....
최근 우리 교단의 자료를 정리하고 계셨다.
일전의 장성환목사님 추도예배 때도 사실은 모처럼 수요예배를 결석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일부러 전화를 주시며 부탁하시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수요예배를 참석하고 메모를 했었다.
잘 했어요. 아주 객관적으로 정리 잘 했어요. 그게 잘한거예요....칭찬 들었었다.
오늘...빈손으로 맨 뒷자리에 앉아 발인예배에 참석하며 아, 이거 받아적어야 하는데...했다.
역시나...다 기억이 안난다. (에이그...장로님께 칭찬받기는 틀렸네요...ㅠ ㅠ)
우리 큰애 결혼식 때, 미처 생각지도 못한 목사님 강론을 정리해서 보내주신 분도 장로님이셨습니다.
이후로 나도 다른 사람들 결혼식에 참석하면 선물로 주례사를 정리해서 보내줍니다.
오늘은...장로님 장례예배를 정리해 올립니다.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기억나는대로 올립니다. 죄송!)
장로님, 이제 암과 안 싸우셔도 되니, 편히 가십시오.
그리고 하늘나라, 먼저 보시고 알려주세요~살짝~(천기누설이잖아요?!)
그래도 우리는 어디로 가는지 알고있으니 다행이지요?!
장로님, 맛있는 것 많이 드시고...이 땅에 남으신 권사님, 위로 많이 해주시고요~!!!
하늘나라 이민 선배님, 곧 다시 만나뵐 것을 믿습니다.
함께 나눈 시간들,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장로님 발인예배
삼성장례식장 9호실, 오전 6시, 장로님만큼이나 깔끔하신 박찬웅목사님 인도
오늘 말씀은 요한계시록 21장 말씀입니다.
또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보니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이 없어졌고 바다도 다시 있지 않더라. (요계 21:1)
분명한 것은 지금 장로님은 보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장로님은 이제 새 하늘과 새 땅을 보고 계십니다.
내가 들으니 보좌에서 큰 음성이 나서 이르되,
보라, 하나님의 장막이 사람들과 함께 있으매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 계시리니,
그들은 하나님의 백성이 되고 하나님은 친히 그들과 함께 계셔서, (요계 21:3)
지금 장로님은 하나님과 얼굴을 대하고 함께 계십니다.
보좌에 앉으신 이가 이르시되 보라, 내가 만물을 새롭게 하노라 하시고, 또 이르시되
이 말은 신실하고 참되니 기록하라 하시고 (요계 21:5)
장로님은 모든 사람들을 각별히 대하셨던 분입니다.
한신평장로님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모두 각별한 기억을 갖고 계실 것입니다.
지금 제일 애통하는 사람은 권사님이고 자녀들일 겁니다. 보내주십시오.
장로님은 지금 새 하늘, 새 땅에 하나님과 함께 계십니다.
(박찬웅 목사님)
그리고 예배 후 아드님의 인사말이 있었다.
- 감사합니다. 아버지를 찾아주시는 분들로 아버지를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 이 인사말을 하고나면 다른 때 같았으면 아버지가 '잘했다.'하는 말씀을 해주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은, 이제는 그 말씀을 해 주실 아버지가 안계십니다.
곧 하늘나라에서 만나면, 아마 '잘했다' 말씀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장로님은 사모님과 자녀들과 함께 멋있고 무지하게 큰 링컨리무진을 타고 떠나셨다.
아버지처럼 단아한 큰딸이 언젠가 아버지께 약속을 했더란다. 이 다음에 돈 많이 벌면 벤츠사드리겠다고.
그래서 이번에 큰 리무진을 골랐단다. (장로님 임종 후 내내 빈소를 지키던 유집사님의 말씀)
리무진을 따라 많은 사람들이 장지로 떠났다.
나는...속으로 박수를 쳤습니다.
장로님, 수고하셨습니다. 애쓰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장로님처럼 조용히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안녕히 가세요~*^^*
(조용히~??? 이건 좀 아닌 것 같네요. 그치요?! 벌써 장로님 목소리가 그립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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