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17일, 수요일
끝내야 하는 일은 눈앞에 쌓여 있는데, 진도는 도무지 나가지 않고...마음은 급한데, 엄마한테도 가야하는데...
마침 오늘 차가지고 나가야 한다며, 오전에 가면 데려다주겠다는 남편 말에 미리 요양병원 두 곳에 다녀왔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반찬 만들고, 유뷰초밥 만들고, 고구마 찌고, 어제 씻어놓은 포도 넣고...
차로 가니 눈도 마음도 자유롭다. 아, 저기서 빵 좀 사자~아, 시장이네, 우엉이 있나??? 잠깐만 기다려요~
아버지 좋아하시는 단팥빵, 간병인 아줌마아저씨 몫까지 챙기다가 ...모처럼 슈크림빵을 집었다. 엄마 것으로!
그리고 엄마에게 슈크림빵을 내밀었다.
- 엄마, 이거 먹으면 안되는 거 알지?
- (피식~웃으시며,) 먹으면 안된다면서 와 주노??
- 엄마, 먹어. 아껴서 조금씩 먹어. 나도 어제 떡이랑 꿀이랑 먹었어! *^^*
엄마는 신장 문제가 심각하다. 오래된 고혈압, 당뇨는 그렇다쳐도 신장 자체의 문제가 심각하다.
그러던 중에 심장에 문제가 생겨서 결국 급한 심장약을 쓰느라 신장은 더 문제가 심각해졌다.
결국 최근들어 인슈린 주사를 맞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새삼 더 심각한 음식문제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많이 먹어도 안되고, 입에 맞게 먹어도 안되고...혹 간식을 해도 식사 2시간 후에나 요만큼 먹을 수 있고...
매주 엄마 면회를 갈 때마다 유뷰초밥을 만들어가는데 그것도 눈치봐서 5~6개를 드리는게 고작이다.
엄마는 그것도 2번에 나누어 정말 아끼고 아껴 드신다.
(오늘은 현미쌀에 일반쌀을 섞어서 만들었다.)
엄마를 만나고 나오면서 늘 혼자 묻는다.
82살 엄마가 정말 저렇게 (코딲지만큼) 드셔야 할까???
돌아가실 때까지 투석만 안할 수 있게...기왕 주사맞는 것, 조금 더 편하게 드시면 안되나???
엄마는...여러가지 합병증도 이미 갖고 있는 상태에서 저렇게 스트레스 받으며 우울한 상태일 필요가 있을까?
전에도 받아보았던 글인데, 오늘 또 이 글을 받고 다시 읽어보았다.
그리고 몇 개의 문항에서 절실하게 공감하는 글을 찾았다.
그중 가장 내게 와 닿는 말, 10. 굳이 초콜릿을 먹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은 참 쓸데없는 짓입니다. *^^*
오늘 슈크림빵을 드리면서 스스로 마음에 걸렸었나보다. 이 글이 눈에 확~들어오는 것을 보면. *^^*
우리가 이 땅을 떠날 때를 안다면...거꾸로 계산해서 살 수 있다면 참 편할텐데...
자,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았으니 이제부터는 저금한 것을 쓰자~
자, 이제 얼마만큼 남았으니 이제부터는 빵이랑 떡이랑 좀 먹어도 되겠다. 투석 직전에 떠날 것이니...*^^*
80살이 넘어 다이어트 한다면? 살을 빼야지~한다면? 근육을 키워야지~한다면?
문득 우리는 산을 올라가는 공부만 한게 아닌가...싶은 생각이 든다.
돈을 벌어야지, 돈을 모아야지...하면서 쌓으려고 노력하는게 습관이 된게 아닌가 싶다.
때...시중 (時中), 타이밍...지금은 '쵸코렛을 먹어도 되는 때'라는 말이 참 새롭게 들린다!
엄마, 일주일에 한번은 우리 같이 빵 먹읍시다!
나 급한 일 끝나면, 엄마, 우리 일주일에 한번, 같이 크림빵 먹읍시다!!! 애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
(설마 그것으로 엄마가 갑자기 투석을 하게 된다거나, 돌아가실 정도로 심각하게 될까요??? 정말???)
그래도 아버지는 음식조심을 안해도 되니 참 감사합니다.
이것저것 챙겨드리면 엄청 좋아하십니다.
드실 수 있고, 해드릴 수 있음이 참 감사합니다.
열심히 현미밥을 먹는 나는...나는 이제 당뇨 초기단계입니다. 아직 약 안먹는 단계입니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일반적으로는 나는 아직 살 날 수가 좀 더 있는 나이입니다.
지금 상태에서 조금 조심하면 급격하게 환자수준으로 내려가지 않을 수 있는 수준입니다.
애들 말마따나 애들에게 짐이 안되게 하기 위해서라도 아직은 내몸 관리를 해야할 나이입니다.
(둘째는 가끔 '정신차리라'고 말합니다. 엄마, 나 아직 21살 이라구요~하면서.)
사실 엄마가 내 딸이라면, 두 눈을 부릅뜨고 감시할 겁니다. 절대로 빵 한조각도 못 먹게 할 겁니다!!
으흠...엄마에게 슈크림빵을 드리고 온 것을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내 마음을...살피는 중입니다...
'[중얼중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늘나라 먼저 가신 한신평장로님 (0) | 2014.09.19 |
---|---|
우리 장로님, 사투중이십니다... (0) | 2014.09.18 |
'헌금'이 아깝지 않다 (0) | 2014.09.15 |
지금 라면 한 그릇이 내일 갈비찜보다 중요하다. *^^* (0) | 2014.09.15 |
싫은 사람 (0) | 2014.09.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