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세상

[시] 어머니 - 이상철

colorprom 2014. 8. 17. 15:25

언론인 이상철씨의 시
<어머니>2012.01.09

 

 

꽃도 채 피지 않은 봄날이었지요
그날은
바람도 없는 흐린 날이었지요
그날은

 

고달팠던 삶들
행복했던 기억들
어슴푸레 눈가로 흘리시며
잠자듯 떠나셨지요
어머니는

 

화려한 것 소란한 것
싫어하던 성품 그대로
하얀 치마저고리에 고무신만 신고
꿈꾸듯 그렇게 걸어가셨지요
어머니는

 

혹 가슴 아파할까
눈 꼭 감고
혹 우는 소리 들릴까
귀 꼭 막고
앞만 보며 걸어 가셨지요
어머니는

 

말씀 없어도 표정 없어도
깊고 따뜻한 당신의 사랑
끊긴 숨결로도 다 들렸지요

 

깊은 밤
산 속에 누워 계실
당신 생각에
한동안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홀로 있는 낮
홀로 있는 밤
다시 당신 생각에
젖는 때가 많아졌습니다

 

눈감으면
말없이 바라만 보시는 당신 모습에
뒤척이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그날은,
꽃도 피지 않고
바람도 멈춰 섰던 그날은
날마다 멀어지지만

 

당신은
날마다 저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날마다 제가 다가가고 있습니다
보이시지요,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