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14일, 토요일
요즘 작은 애는 툭하면 지난 어버이날, 자기가 선물로 준 영화표, 언제 쓸거냐고 묻는다.
그때마다 '가야지, 그런데~뭘 보지? 언제 가지?' 하던 남편이 친구가 이 영화를 보라했다며 좋아했다.
오케이~우리는 일단 제목은 정했고, 언제 갈까...하고 있는 중인데,
카페 '횃불 70'에 동글동글님이 이 영화에 대한 글을 올려놨네?! 감사~*^^*
예습삼아 복사해서 올린다.
일단 패션이 끝내주는 듯~기대 만빵~*^^*
영화는 ‘삶은 모두 소설과 같은 허구이며, 죽음으로 향하는 여행’ 이라는
셀린느의 <밤의 끝으로의 여행>을 인용하여 시작한다.
26살, 나폴리에서 로마로 온 한 남자는 상류사회에 휩쓸리듯 스며들었고
그 안에서도 왕이 되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원하던 대로 사교계의 왕이 된다.
‘사교계의 왕’은 바로 유명 잡지에서 인터뷰어로 활동하고 있는 65세의 젭 감바르델라다.
40년 전 발간했던 첫 소설이자 단하나의 책 ‘인체기관’으로 부와 인기를 얻은 사교계 유명인사다.
하지만 65번째 생일을 맞은 그는
자신이 평생 즐겨왔던 화려한 파티도, 흥겨운 음악도, 아름다운 여인들도,
예술에 대한 치열한 논쟁들도 더이상 자신의 삶을 채워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문득 알게 된다.
때마침 잊고 있던 첫사랑의 사망 소식이 날아들고, 가늠할 수 없는 상실감 속에서
그는 로마를 거닐며 삶과 죽음, 그리고 아름다움에 대해서 사색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인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이 언제인지를 묻는다.
젭에게는 첫사랑을 만났던 18살이었고, 몰락 귀족에게는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랐던 유년시절이었다.
화양연화는 꽃처럼 빨리 져버리는 짧은 순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영화 내내 짙게 깔린 허무의 정체는
40여 년 동안 아무것도 쓸 수 없었던 젭의 비밀과도 이어져있다.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지만 실상은 가짜인 예술가들에게 진절머리가 난 그는
아무리 좋은 집과 옷, 음식, 쾌락이 일상으로 이어져도
마음을 울리는 ‘위대한 아름다움’에 도저히 닿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짜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
이는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삶의 수많은 선택들 중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길 것인가에 따라
각자 생각하는 아름다움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젭의 시간은 흘러 죽음으로 점점 다가가고 있는데,
그의 아름다움은 18살의 기억에 멈춰있다.
무의미한 잡담으로 시간을 버리고 있는 젭이 불현듯
“원하지 않는 일에 낭비할 시간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후부터,
‘진짜’를 찾아 나서게 되는 결정적 계기다.
젭은 결국 모든 것은 속임수라고 말한다.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은 리얼리티를 전하기 위해 만든 영화조차도 가공의 산물이라 했다.
젭이 40년 만에 깨달은 것도 이 말의 연장선에 있을 것이다.
언뜻 회의론적이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진실이 담겨있다.
그것만으로도 갇혀있던 세계를 깨고 나온 셈이다.
재미있는 것은 젭은 이때 관객들을 똑바로 쳐다보며 보다 직접적으로 말을 건넨다.
말하자면 <그레이트 뷰티>는 관객 모두가 젭의 시선을 빌려 떠나는
자신 내면으로의 여행이라 할 수 있다.
모든 장면이 뮤직비디오라 할 수 있을 만큼 매 씬마다 다채로운 음악과 영상이 유려하게 이어진다.
(David Lang 작곡, 토리노 보컬 앙상블이 부른 < I Lie>, Arvo Part 작곡, 소프라노 Else Torp이 부른
뉴에이지, 합창곡과 Bob Sinclar&Raffaella Carrà의
이탈리아 대중음악의 극명한 대조이다.)(?)
이에 걸맞게 영화는 주인공 젭의 현란한 생일파티로 문을 연 후,
아름다움을 넘어 장엄함마저 느껴지는 로마의 구석구석을 비춘다.
상반된 이미지와 음악이 수없이 교차되어도 어색해지기는커녕 더욱 더 빠져드는 까닭은
로마라는 도시가 갖고 있는 고유한 신성함과
현대 로마의 세속적인 모습을 노래에도 담아내려는 감독의 의도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특히 빠른 템포의 하우스 뮤직이 덧입혀진 젭의 덧없는 현재가 이어지다가
오페라 아리아로 전환 될 때 관객들 역시 각자의 노스탤지어를 떠올리게 되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일상과 환상을 오가는 미장센과 음악이 본질을 예리하게 꿰뚫는 감독의 연출력과 만나 이루어낸
경이로운 순간이다.
오프닝에 등장하는 ‘라 콜리타’ 군무는
영화 역사상 가장 감각적인 파티 장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이탈리아의 만연한 무기력과 타락의 정조를 거대한 난파선에 비유하려 했다는 감독은
로마를 “경이로움과 위대함의 안식처가 아니었던 적이 없던 도시,
속물적인 사람들의 출현에도 스스로 생존해온 도시”라고도 칭했다.
젭은 이를 완벽하게 닮은 캐릭터로, 그 자체를 로마라 불러도 무방할 터이다.
그는 자신의 재능을 일부러 낭비하고 깎아 내리거나 농담밖에 하지 못하는 우리들을
측은히 여기라고 자조적으로 말하곤 한다.
그러나 모든 행위들이 가치를 잃어가는 때에도 아름다움이란 ‘생존’하려는 것이어서,
물질세계에 몸을 맡긴 현대의 로마는 여전히 500년 역사의 신화적 아우라를 지닌 로마이다.
이것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로마’이다.
[ TIP ]
온 몸을 압도하는 로마 건축물들과의 웅장한 만남!
콜로세움, 파올라 분수부터 비밀의 열쇠구멍 내부까지
9군데의 로마 촬영지 완전섭렵!
<라 돌체 비타>(1960), <글래디에이터>(2000), <300>(2007), <로마 위드 러브>(2012) 등
반 세기가 넘는 동안 장르를 막론하고 수많은 영화의 배경이 되곤 했다.
<그레이트 뷰티>에서도 예외는 없다.
영화에 등장하는 유명 건축물과 장소만 해도 천사의 성, 베네토 거리, 수로교 공원,
십자군 기사단장의 별장, 산타그네제 인 아고네 성당, 카라칼라 목욕탕, 파올라 분수,
스파다 미술관, 브라만테의 템피에토까지 9군데가 될 정도로 다양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로마의 일상적 풍경은 너무나 압도적이어서,
실제 해외에서는 ‘그레이트 뷰티’ 관광 코스가 개발될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십자군 기사단장의 별장에 있는 비밀의 열쇠구멍 내부는
오랜 시간 일반인들에게는 절대 공개되지 않은 희귀한 곳으로 더욱 주목할 만 하다.
로마 현지에서도 볼 수 없는 비밀의 장소를 오직 <그레이트 뷰티>에서만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 PRODUCTION NOTE ]
로마 1%의 눈부시게 화려한 일상!
구찌, 아르마니, 베르사체, 발렌티노, 베네통의 나라,
이탈리아 미중년의 수트 패션을 주목하라!
구찌, 조르지오 아르마니, 베르사체, 발렌티노, 베네통 등 세계적인 브랜드의 탄생지인 이탈리아는1975년 개최된 밀라노 컬렉션이 파리, 런던과 함께 세계 3대 컬렉션으로 손꼽힐 정도로
패션의 나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그레이트 뷰티>는 그 중에서도 이탈리아 로마의 화려한 향락의 세계를 누리고 있는
1%의 삶을 다루었으니, 미중년들의 완벽한 수트 패션이 궁금할 만하다.
미리 말하자면, 얼마나 기대하든 그 이상으로 눈이 즐거울 영화다.
로마 최고의 셀러브리티인 젭은
65살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센스 있으면서도 기품을 잃지 않는 코디를 뽐낸다.
비비드한 색상의 블레이져로 그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주는데,
이는 세계 3대 명품 수트라 꼽히는 ‘체사레 아톨리니’ 제품으로
수준 높은 클래식 수트를 제작하는 테일러에게 수여되는 사르토 칭호를 받은 곳이다.
4대째 내려온 사르토 집안이 만든 브랜드 ‘볼리올리’ 수트도 볼 수 있다.
감탄이 절로 나왔던 올 화이트룩은
의상 디자이너인 다니엘라 시안시오가 ‘마지 피렌체’ 제품의 파나마 모자로 강조했다고 밝혔다.
한편, 영화에 쓰인 수량만 200개가 넘는다고 할 만큼,
각양각색의 행거칩으로 멋을 내는 것이 그만의 시그니쳐 패션이다.
가끔 착용하는 넥타이는 ‘아르마니’와 ‘티노 코즈마’ 제품이다.
평소보다 더 사색적인 분위기를 더하고 싶을 때는 오버사이즈 안경을 착용케 했는데
‘룩소티카’ 제품으로
페데리코 펠리니 <8과 1/2>(1963)의 마르첼로 마스트로아니에 대한 오마쥬라는 것이
그녀가 밝힌 후일담이다.
이외에도 신화적인 분위기를 더했던 라모나의 검푸른 망또는 ‘지오바나 그릴로’의 제품이며
‘라우라 비아죠티’를 비롯, <다빈치 코드>(2006), <오션스 트웰브>(2004),
<해리포터> 시리즈의 의상디자인을 하는 등 활발한 영화의상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안나모드’에서 제작한 여성 드레스들 역시 매혹적이다.
'멋진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어머니 - 이상철 (0) | 2014.08.17 |
---|---|
[시] 삶과 죽음 - 윤동주 (0) | 2014.08.17 |
[영화] [라스트 베가스]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일탈 (0) | 2014.05.28 |
[책] 나이듦이 이토록 아름다울 줄...(성기석 지음) (0) | 2014.05.07 |
[영화] 어바웃 타임 (0) | 2014.0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