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h)사회자가 사라졌어요! *^^*

colorprom 2013. 10. 3. 15:01

2013년 10월 2일, 수요일, 저녁 7시 반,

내 생애 첫 (수요) 예배 사회자 데뷔~

은근히 마음이 쓰여 일찌감치 교회로 갔다.

- 에이, 용감한 이경화집사가 뭐 새삼스레 겁난다고 그래~

혹시나~하면서도 설마 별 일 있겠나 싶었다.

 

'묵도로 예배 시작하시겠습니다~하고,

피아노 반주 끝나면 '찬송가 516장입니다~'하고,

찬송가 끝나면, '유 * * 장로님, 기도하시겠습니다.' 하고,

성경 말씀은 엄청 기니까, '교독으로 성경봉독 하겠습니다~'하고, 성경 읽기 끝나면,

'13구역 특송 후에 담임목사님, 구역보고 받으시고, 성경말씀 있으시겠습니다.'하고,

밑으로 내려가 405장 특송 끝나면 내 자리로 돌아간다.  끝. *^^*

 

겨우겨우 특송까지 끝나고 기분좋게 자리에 앉아 열심히 출애굽 설교 정리를 했다.

뒤에서 누가 자꾸 꾹꾹 찌르기에, '왜~'하면서도 장난인줄 알았다.

- 사회자, 나가야지~

- ???  (얼른 가방에 넣어둔 순서지를 펴보니, 엄마나, '찬송가 460장, 주기도'가 남아있네~!)

부랴부랴 순서지를 들고 올라갔지만, 입이 떨어지지를 않네...

- 찬송가 460장입니다...(뒤에 앉아계시던 목사님이 찬송가 책을 쥐어주셨다!)

- 주기도문으로 예배 마치겠습니다...

느낌표

단상을 내려가는데 사람들의 웃는 얼굴이 보였다...

옴마나....목 뒤에, 신발 속에...땀에 흠뻑 젖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어떻게 뒷 순서를 보지도 못했을 수가 있었던 거지???

 

- 잘했어, 잘했어.  괜찮아.

여기저기서 웃으며 위로해주는데...으이그.... 이런 경험 또 할 수 있을까???  에이구...

그러게... 해보지 않고 말하는 거 아니라니까...남의 직업, 쉽게 생각하면 안된다니까...ㅋ~

그러고보면, 탤런트니, 가수니, 다 대단한 직업이다.

남의 눈길을 견딘다는 거...남의 눈길을 받아낼 수 있다는 거...얼마나 연습을 했을까?

 

무대에 오르는 사람들, 자기의 준비된 실력은 기본이고, 가진 실력 무대위에서 발휘하기가 관건이라고.

피아니스트인 큰 시누의 스승이  가르쳐준 비법은 '무대에 오르면서 슬쩍 사람들을 째려보기'였단다.

ㅎ~나는 심판받는 입장도, 실력 발휘하는 자리도 아니었는데...

아하, 책임감으로 무장하지 않은 탓이었구나....내 일이라는 생각이 아니어서였구나!

 

새삼 흘려보낸 시간을 생각하니 부끄럽다.

마음이 없음, 관심이 없음...그냥 구경꾼으로는 30년이 지나도 그냥 '모름'인거구나!!!

 

단상에 있으나, 아래 자리에 있으나 사실은 모두 하나님 앞에 나선 것인데...스스로 구경꾼으로 있었구나..!!

50명이나 되었을까?  조촐한 자리에서 크게 부끄러움을 배운 날이었다.

이제 어디서나 앞에 선 자를 존경할 일, 그리고 앞에 설 일도 있음을 준비할 일이다!!!  *^^*

 

- 이제 들 아셨지요?  제가 방안퉁수고요...그렇게 간 큰 사람이 아니라니께요...

 

사실은...정말 사실은...'실수도 교만이라'는 말이 생각나 부끄러웠다.  몹씨 부끄러웠다.

그리고, 무언가가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묵직해진다.

실수가 실수가 되려면, 극복되고 성공해야 하니까. *^^*

 

슈퍼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