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십자가 사건은 조롱으로 시작해서 조롱으로 끝이 납니다.
군병들뿐만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들,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
심지어 같이 십자가에 달린 강도들까지도 예수님을 조롱했습니다.
예수님에게는 십자가에서만이 아니라 그 모욕과 고통의 매 순간이
우리의 구속을 위한 결단의 순간들이었습니다.
자신의 옳음을 증명해 보이고 싶은 충동을 매 순간 참으며 그 모욕과 고통을 다 당하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는 방법입니다.
이제까지의 모든 가르침과 사역이 무의미한 일로 평가될 때, 그 아픔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주님은 잡히시면서부터 십자가 위에서까지
끊임없이 이런 모욕을, 극한의 신체적 고통과 함께 견디셨습니다.
정말 왕이라면 로마인의 손에 죽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물리쳐야 한다고,
정말로 왕이라면 십자가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조롱하는 그 한 가운데에서
주님은, 진정 왕이시기 때문에 십자가에 머물러 계셨던 것입니다.
주님은 이 일을 위해 오셨고, 이것이 주님의 하나님나라 소명의 절정이었습니다.
하나님나라는 제국의 힘과 권력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래전 광야에서 힘과 권력으로 하나님나라를 이루라는,
성전에서 뛰어내리는 기적으로 메시아이심을 증명하라는 사탄의 시험을 이기신 주님은,
이제 마지막으로 십자가에서 하나님나라를 이루시려고
십자가에서 조롱과 고통 중에 머물러 계시는 것입니다.
하나님나라는 십자가를 통해 이 땅에 임합니다.
이 땅에 드러나는 하나님 나라는 지배와 정복, 비교와 경쟁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인 우리의 섬김과 희생을 통해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