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결혼식

colorprom 2013. 1. 22. 17:13

신랑 측으로 결혼식에 갔다.

요즘은 신랑이 축시도 하고, 악기도 연주하고, 노래도 하는게 유행인듯하다.

신랑이 연주를 하고있는데 아들가진 두 친구가 말을 했다.

- 난 요새 신랑이 신부 세워놓고 노래하고 시를 읊고 하는게 좀 그래...

- 그래, 부모님들, 특히 시어머니 마음이 좀 그럴 것 같지않니?

 

그러고보니 나는 친정아버지가 딸의 손을 신랑에게로 내어주고 돌아설 때마다 눈물이 핑돌았는데,

시어머니 생각은 안했네...딸만 출가외인이라고 생각했지...

 

한번 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꼭 한 번 있다.

신랑은 사별한 재혼이었고, 신부는 오랜 싱글로 초혼인 내 친구였다.

신랑에게는 다 큰 3자녀가 있었는데 식이 진행되는 동안 고개를 푹 숙이고 도통 머리를 들지 않았다.

재혼이다 보니 주례가 있는 전통적인 결혼식보다는 좀 신식(?)스럽게 진행되었는데,

초혼인 신부에게 더 고마우셨는지 신랑의 감격과 감사가 그대로 전해지는 감동스러운 결혼식이었다.

그런데 그러면 그럴수록 내 눈은 나도 모르게 자꾸 대각선방향의 3자녀들에게로 향했다.

아...머리 좀 들지.  아...저 애들이 좀 더 크면 고마와하게 될텐데...

그러면서도 신랑의 감격과 사랑의 표현이 자꾸 신경쓰였었다.

 

전에는 가끔 신부가 눈물짓는 모습도 보였었는데 요즘은 거의가 환히 웃는 듯하다.

신랑측보다는 신부측이 좀 서운해하는 모습이 많았는데, 확실히 뭔가 변하긴 변했나보다.

 

새 사람을 하나 데려가는 신랑입장이어서 신부측을 배려하는 마음에 더 신부를 위하는 척하지 않았을까?

딸을 보내며 '저렇게 좋아하니 잘 살겠지, 잘해주겠지..'안심하게???

그런데...요즘은 아닌가? 

아들 보내는 것도 섭한데 마누라 이뻐요이뻐요, 고마와요, 나랑 결혼해줘서...하는 아들이 더 섭한것일까??

 

아들가진 친구가 내게 한 소리 덧붙였다.

- 그래도 결혼 전에는 남자쪽 하자는 대로 해야하는 거야.  신부쪽 엄마가 이러구저러구 하면 안되는거다~

- 그래, 결혼까지만 참어~

 

나, 원, 참...완전 과도기구만~

 

아뭏든, 나도 너무 신랑이 고마와 죽는 시늉하는 요즘 결혼식이 좀 언짢다.

도도한 신부가 결혼해주는 것같이 보이는게 요즘 트렌드인가?

서로의 인격적인 존경심과 이제까지의 주위어른들의 보살핌에 대한 감사함이 보이는 결혼식이면 좋겠다. 

그래서 '독립'한 새로운 한쌍의 시작을 박수로 격려하고 축하하는 결혼식이면 좋겠다.

신랑신부가 주인으로서 스스로의 잔치를 주관하고 어른들을 초대한 입장이라면 분위기가 어떨까?

아직 우리의 결혼식은 누가 주인인지 잘 모르겠다는 느낌이 든다.

어른들이 벌여주는 잔치에 신랑신부가 역할극을 하는 듯한 기분도 든다...

어른 안면으로 결혼식에 참석하는 경우여서일까...

 

나도 곧 장모가 될텐데...우리 애들은 어떤 결혼식을 하게될까.

얘들아...나는 청첩장 없는 '작은 결혼식'을 하게되면 좋겠다.

너희가 주체가 되어 너희들의 결혼식이 되면 좋겠다.

손님도 너희와 함께 할 너희 사람들이 주객이 되었으면 싶다.

마음놓고 세상을 향해 나가라...하고 너희를 떼어보낼 수있는 믿음을 주는 결혼식을 보고싶다.

그저 좋아라하는 가벼운 결혼식보다 의젓한 결혼식을 보고싶다...

 

눈이 비가되고 습기 축축한 겨울날씨...금년 새해 애들결혼을 생각해봤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