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내 빨간양말!! 걱정마셔요, 아무도 몰라요~!!

colorprom 2010. 3. 22. 15:07

 

2010년 3월 22일 오후 1:24

 
얼마 전, 친구의 남편이 돌아가셨다.
아!! 그 친구의 남편의 친구를 기억한다.
30년도 더 된나의 청춘시절, 은근히 내가 좋아했던 남자.
아이고...분명 그도 문상을 올 터인데...

손님이 많은 밖으로 나가있기에는 조금 신경이 쓰였다.
조신한 척, 친구 옆에 있기는 했다.
그와중에도 문득 지나가는 그를 일찌감치 알아보았다.
검은 옷이 하나둘이 아니었지만 키나 어지간해야지...
그래도 그렇지...
그는 전혀 나를 알아보지 못하였단다.
내가 와있었다는 것을 전혀 몰랐더란다.

아하...
가끔씩 내가 친정엄마를 닮아간다는 생각은 했다.
아버지를 워낙 빼닮아서 엄마가 섭섭해하실정도였었는데,
어느날 부터 거울 속에 엄마얼굴이 보였었다!!
그래도 그렇지....

가끔 그래도 내가 왕년에 미술전공한 사람이라고
사람들이 이것저것 물어오기도 하고,
자기 차림새가 조금 언잖다 싶으면 공연히 물어보지도않은 변명을 하기도 한다.
-아이, 불 안켜고 옷을 입었더니 바지색이랑 코트색이조금 다르네...어쩌네...

그 친구의 일이 있고부터 나의 "속대답"은 이렇게 바뀌었다.
-아무도 몰라요!! 아무도 관심없어요!! 괜찮아요!!! 이 자유를 즐기셔요~~!!

그때부터 자유로와졌다면 조금 over 일까...만은,
사실이다. 진짜 자유로와졌다.

외국의 어느대학에서 실험을 했는데,
남의 옷에 관심갖고 유심히 본사람이 의외로 많지않았더란다.

아줌마...라는 호칭에도 예민한 50대 친구들도 있다.
생물학적인 암컷과 수컷의 의미를 넘어선 "아줌마"를 나는 자랑스레 여긴다.
얼마나 장한가...50여년 열심히 살아낸 아줌마-(사실은 젊은 할머니라고 생각한다마는~!)
이제 당당히 할머니로 진급할 아줌마!!!

이제는 이뻐보일까가 아니라 추해보이지않으면 되는 나이.
튀기위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레 묻히면 되는 나이!!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게 아니라 슬그머니 남의 시선이 되어도 편한 나이.

우리 집에서 아무도 안신는 빨간색, 초록색양말은 다내 차지다.
남편이나 아이들이 뭐라하면 내 대답은 늘 같다.
-걱정마, 아무도 몰라!! 또 알면 어쩔건데??

젊은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내가 같지 않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하루하루 세포가 바뀌어 "새 아줌마"가 되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봄은 봄이어서 좋고, 여름은 여름이어서, 가을은 가을이어서 , 겨울은 겨울이어서 좋~다!!
남을 의식할 필요가 없는 때, 젊음으로 드러날 일 없는 때를 즐길 일이다.
빨간 양말로, 초록양말로...
(단, 나는 늘 운동화나 깊은 구두를 신으니 드러내고 신는 것은 아니다!! 나이듦은 뻔뻔함과 동의어는 아니니까!!)

세상사람들이 다 나를 봐준다고,다 내게관심있다고여기는 것도 유치하지만,
나이들어 어른입네~내 법이네~하는 것도 미성숙함이다!!

아뭏든,내 친구 남편의 문상길...은,
나로 확실히 아줌마로서의 자유로움을 깨닫게해주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