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23일 오전 10:27
***오늘 아침 직장에 다니는 큰아이가 한숨을 내쉬며 출근했다.
-아...힘들어. 오늘도 무사히, 조용히 지나가기만 해도 좋겠어...
강한 엄마 밑에서 커서인가 비교적 원만하고 싱거울 정도로 밝은 성격인 아이였다.
첫 직장은 매일 야근인 곳에서 일에 치이고,
두번째 직장은 사람에 치이고,
드디어는 일을 아예 바꾸겠다며 진로고민을 하더니만 전직장선배 소개로 들어가
비교적 잘 지내는 듯 했다.
야근을 해도 -이 정도는 야근도 아니야...했고,
특히나 면접을 보았던 팀장이 성격이 좋은 듯해서 더욱 다행이다 싶었다.
조직이 변화가 있어 다른 팀으로 소속이 바뀌었는데
마침 이번 팀장이 전팀장과 좀 껄끄러운 사이인가보다.
정리하자면 고래사이에 낀 새우 꼴인듯.
-지는 게 이기는 것이다...(이번 팀장은 사장 바로 아래급이란다. 방법이 뭐 있을것인가!)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어라!! (비굴해보여 더 싫겄지...!!!)
-사장님께 편지쓰고 떠나라!!! (남은 자들을 위하여???...못먹는 감, 찔러나보자??...음...)
-왜 내 인생의 중심에 그를 놓느냐...무시해라!! (그게 가능한가?? 현실인데...!!)
...어쩌면 나와 이리도 똑같은 문제를 갖고 있는 것인지....!!!
내 아이에게 뭐라고 말을해야 할까...
오늘은 친정에 가는 날이라 모처럼 집에서 컴앞에 앉았다.
오늘의 첫 메일이 이 글이었다.
이 글을 그 팀장에게 날려보낼 수도 없고...ㅎ~
얘야...이번에는 네가 지혜롭게 이겨내면 좋겠다.
피해봐야 결국에는 또 같은 문제에 부닥치게 되어있다.
피해야피해야 별 수 없다....는게 이 나이에 내가 깨닫는 사실이다.
형제였다가...친구였다가...선생님이었다가...직장사람이었다가...남편이었다가...시집이었다가...동서였다가...자식이었다가...그러면서그러면서, 그렇게그렇게 부딪혀가면서 사람이 되어가고,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다.
내가 이겨내는 모습, 이겨내는 길을 네게 보여주지못한 것 같다.
지금도 힘들어하는 내가 너에게 얼마나 실망스러울 것인가.
어린 아이일 때의 너에게 나는 꽤 괜찮은 어른이었을 터인데...그지??
막상 성인이 되어보니 참 어리석은 어른이다 싶지?!
나라면...피해버리고, 사표내버렸을 것이다.
집이 있고, 밥먹여주는 부모님 계시고...ㅋ....부끄럽다...
얘야...이번에는 네가 이겨냈으면 좋겠다.
일찌감치 이겨내고 다음단계로 진급했으면 좋겠다.
나보다는 훨씬 멀리, 높이 날아오르기를 바란다.
그 직장을 떠나든...안 떠나든...어떤 결정을 하든...네가 최선을 다 했음을 믿는다!!!
다만 그 관계 때문에 피해의식이나 패배의식이 네게 스며들지 못하기를,
오히려 더 강해지고 겸손해지고 이해가 깊어지기를...너를 더 알게되고 믿게되기를 바란다.
모든 시험은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스스로에게 밝히 보여주기위한 것이라 믿는다.
딸!!! 진급시험은 진급가능한 자에게 주어지는 기회다!!! 아자아자, 화이팅!!!!!
(-아이를 통해 나를 보여주시는 듯...피하지 말라...는 도전을 받는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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