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용산여중을 추억하며~

colorprom 2011. 3. 25. 16:00

 

2011년 3월 25일 오후 3:36

 
나는 우리나라 최초의 중학교 무시험 (일명, 뽑기!) 1세대이다.
-실제로 번호가 붙어있는 은행알이 든 통을 직접 돌렸다!
그때는 서울을 큼지막하게 잘라 그래도 중학생답게 버스로 통학도 할 수 있었다.

(요즘은 중학교나 고등학교나 집 가까운 학교로 배정이 되기가 쉬워 초등학교 7학년같은 면이 많다.
게다가 배려깊은 부모님들이 많아져서 학교가까이로 이사가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아뭏든 하필 배정받은 학교가 한강변의 용산여중이었는데,  바람 센 한강 옆에 교문도,

운동장도 없이 납작한 직사각형 빌딩 한채 뿐인, 그야말로 삭막하기 그지없는 초등학교만도 못한 학교였다.
(학교 바로 옆에 미군부대의 헬기장이 있었는데, 우리 졸업할 때 쯤에야 긴 공사 끝에 운동장이 되었다...)

겉모습은 그러했어도, 선생님들은 정말 여러공립학교에서 고르고 골라 쏙쏙 뽑아내어 보내주신

다이아몬드급 선생님들이셨다!!!~

그 중에서도 부드럽고 조신하셨던 김성심 수학 선생님~
어느날 운동장에서 조례서고있는데 운동장을 가로질러 종종걸음으로 오셨다... 아드님이 아파서 학교를 지각하셨다고. 아... 선생님께도 아들이 있고, 남편이 계시고, 가정이 있으셨다는 것에 새삼스레 눈물을 흘렸었다!! 얼마나 섭섭하던지...나 원 참...사춘기였던 것이다!! ㅎㅎㅎ...

또 한 분, 교무실에서 손을 잡아주시며 "모난 돌이 먼저 정에 맞는다, 대나무가 휠 줄 알아야지,

부러지면 안되는 거다..."하셨던 이 작 국어선생님...거의 정년이 가까운 할아버지 선생님이셨다.
길도 모르던 때에 종로 공안과 앞에 나를 데리고가셔서 "공업디자인"을 알려주셨던 분...

미술은 그림밖에 모르던 시절의 나에게 디자인을 말씀하셨던 것이다!
(나중에 안 사실...모난 성격의 내가 걱정스러우셨던 김성심선생님께서 이작선생님께

나를 타일러달라 부탁하셨단다. 얼마나 걱정스러운 아이였었는지...ㅎ~)

이작 선생님은 나중에 미술대학에 들어갔다는 것을 아시고는 그해에 집으로 글을 보내주셨다.
"대가무문", 대가가 되는 것에는 문이 없다...특별한 문이 없다...
-선생님, 대가(화가)가 되는 길은 아니지만, 디자인을 하고 있으니 많이 섭섭하시진 않으시겠지요?!

가끔 이촌 역앞을 지나다보면 용산여중 건물이 보인다.
지금은 "용강중학교"라는 이름의 남녀공학이 되었다고 알고있다.

으흠....내가 이 학교의 1회 졸업생이다!!! (ㅎ~요상한 훈장이 내 안에 있다!)
한강변이 허허벌판일 때, 공무원 아파트정도의 아파트만 조금 세워져있었을 때...

교실 바로 옆에서 미군 헬리콥터가 부아앙~뜨고 앉았던, 교문도 없었던 그 때, 하~아름다왔던 나의 십대가

거기에 있었다.
한강바람이 얼마나 맵고 추웠었는데...지금 내 가슴에는 따뜻한 기억만 있으니 참 묘~한 일이다!!!

(이촌역 건너편, 용산 중앙박물관에 태극기스카프를 넣으러가면서 새삼 용산여중을 생각하게 되었다.
아...그때, 아파트 하나 사 놓았더라면 참 좋았을 것을...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