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큰 아이 덕분에 괌에 다녀왔습니다~

colorprom 2011. 11. 25. 15:00

 

 

 

2011년 11월 25일 오후 2:34

 
때는 바야흐로 고3들 대학입학시험 철,
아무리 방목하는 엄마라해도 고3입시생인 작은 애를 놔두고 마음편히 해외여행을 다닐 정도는 아닌데,
성장한 딸을 가진 엄마여서 '할 수 없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큰 애는 대학 졸업 후부터 그럭저럭 6년을 직장생활을 했는데
이직을 하는 사이에 친구들과 여행계획을 세우기만 하면 일이 생겨 한번도 가지 못한 터였다.
마침 이번에 계획에 없던 이직을 하게 되었는데 자리바꾸는 사이 꼭 1주일 틈이 생겼다.
갑작스레 움직이게 되니 같이 여행갈 수있는 친구를 찾기가 쉬운가.
눈치보다 슬그머니  '~나랑 갈래?' 했더니 마지못해 '그래도 좋고...'했다.

다 큰 딸자식을 혼자 해외여행 보내지 못하는 나도 겉보다는 구식인게 확실하고,
혼자는 보내주지않을 거 아는 큰 아이의 상황이 맞아떨어져서 억지춘향 갑작스런 괌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모처럼의 길지않은 여행이지만 그저 비행기라도 그나마 오래 탈 수 있는 곳으로 택한 곳이었다.)

경비는 큰 애가 대고, 도착해서의 용돈은 내가 내는 조건이었으니 옆구리 찔러 '효도관광'받은 셈이다.

월요일, 21일, 출근해서 일 좀 보고 오후 4시 반 경에 나가 8시 반 비행기로 떠나 새벽 1시도 넘어 호텔 도착.
화요일, 잠깐 눈 붙이고 일어나니 세상에나...눈 앞에 넓디넓은 바다, 그리고 지천에 깔린 야자나무들...
5시간 채 안걸리는 비행시간에 겨우 1시간 시차밖에 안나는 곳에 이런 열대자연이 펼쳐지다니....
요지경 세상, 날으는 요술담뇨를 탄 듯!!!

거제도 정도라는 괌은 공항부터도 군부대 시설같은 느낌이었지만 많은 부분이 군시설로 통제되어있고,
호텔을 중심으로 한 번화가는 지역 전체가 면세점으로 마치 넓은 공항면세점같았다.
인위적인 깨끗한 거리에 줄지어 선 면세점들, 거리전체를 점령한 듯한 인형같은 일본 여자들...
때마침 '추수감사절'이 낀 주간이어서인지 거리에는 백인은 거의 없고 온통 동양인, 그중에서도 단연 1등은 일본인들!
실제로 관광객 중 동양인의 80%는 일본인이란다.

괌에서 화요일, 수요일, 그리고 목요일을 지내고 목요일 밤 12시 반에 호텔을 떠나
금요일 새벽 3시 30분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채 8시 못되어 도착. (이름하여 3박 5일!)
집에가서 가방정리하고 점심먹고 출근하니 오후 1시.

와....바로 어제의 이 시각에 호텔 풀장에서 드디어 '워터 슬라이드'를 시도, 성공!!!  무려 5번을 타고 뿌듯했었는데,
와....이 얼마나 신기한 일인가.
아직도 젖어있던 수영복을 빨래줄에 널고 나왔는데, 여기는 서울, 코트를 입는 서울!!!

괌에 있는 동안에도 큰 아이는 전 직장사람들과 스마트 폰과 컴퓨터로 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 세상을 저 젊은이들과 함께 살고있다고 말 할 수 있을까.

경비도 큰 애가 냈고, 사실 그 애가 먼저 나와 함께 여행가자고 청한 것도 아니니,
나는 그저 조용히 옆지기로서의 임무를 수행하느라 무진 애를 썼다는 것을 밝힌다.
공항에 데려다 준 남편의 주의사항도 '서로 양보하고 싸우지 마라!!'였다.  ㅎ~

이제는 부모인 우리가 데리고 다니던 '아이들'이 아니다.
이제는 저 아이들이 주체가 되는 세대가 되었다.
사실은 양보하기위해 조용히 있으려 노력했다기 보다 저 아이가 주체임을 확인하는  묘한 기회였다.

'따라온 엄마'를 의식하고 배려하는 큰 아이를 보며 '많이 컸구나...'를 확인한 여행이었다.
모녀간의 이런 여행이 또 있기가 쉽겠나...
갑작스런 여행이었지만, 할 수 없이 같이 오게된 여행이었지만, 참 특별한 느낌이었다.

***고맙다.
나는 눈에 보이는 바닷속이 두려워 배위로 올라와 버렸는데,
너는 과감히 손을 놓고 바닷속으로 얼굴을 들이밀어 '스노쿨링'을 해내었다!!!
풀장에도 못 들어가던 너였는데...수영장 안으로 못 들어가고 벽에 붙어있던 너였는데...

여전히 덜렁거리다가 핸드폰을 두고 나오고, 호텔키를 잃어버리고 했지만,
얼른 되돌아가 찾아오는 너를 보니 이젠 독립해도 되겠구나 싶다.

자식이 부모의 키를 넘어갈 정도가 되야 그 부모가 철이 난다는 말도 있거니와,
자식이 성장했음을 인정하고 느끼는 기분...도 참 신기하고 낯설고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는 둘째가 무사히 대학에 진학하고 큰애와 같이 여행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얼마나 시끄러울까?
-우와~ 언니!  우와~ 언니!!!
반짝이는 눈 마주보며 팔짝팔짝 뛸 너희들을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