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이 나이에 벌써...(86세 우리 아버지!)

colorprom 2012. 5. 2. 15:28

이 나이에 벌써...(86세 우리 아버지!)

2012년 5월 2일 오후 3:58

 

2012년 4월 27일, 친정아버지께 놀란 날.

저녁을 먹고 설겆이를 끝내고 소파에 앉았더니 커피 한잔 손에 들고 슬그머니 일어나시며 물으셨다.
-너는 저 테레비소리가 들리냐? 
-네.
-에이, 내가 이 나이에 보청기 어쩌고 하는 소리를 들어야하냐??  궁시렁궁시렁~
-(???내가 이 나이에??? )

-아이고, 보청기쓰는 사람 많아요~지나가듯 한마디 거드시는 엄마.

아, 그러셨구나.
아버지는 당신이 아직 젊다고 생각하시는구나.
그러니 6살이나 아래인 엄마를 결코 힘든 노인이라 여기지 않으시는거구나...

가끔 '스마트폰'에 대해 물어보시기도 하셨었다.
-그거 그거 뭐냐?  나는 당최 모르겠더라.
-아이고, 아버지, 저도 몰라요!  저도 아직 그냥 전화기 써요~했었다...

어제 유선배님이 오셨기에 아버지 말씀을 일렀다.
-아니야, 경화씨.  우리 아버지는 90세 때 '아무래도 컴퓨터를배워야겠다'하셨어.
뿐인가, 양로원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는데 '나는 아직 그런데에 갈 나이가 아니다.'하셨는데?

젊게 살아야한다는 말, 젊게 삽시다...하는 말이 옳기만 한 일인가 싶다.

오늘 아침TV방송에서 들은 말,
'봄에 꽃을 환히 피울 수 있는 것은 지난 가을, 겨울에 다 비워냈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노년을 다 비워내며 살아낼 수 있을까.
내가 채워넣을 때인가, 비워낼 때인가를 혼동하지 않도록 정신차려야겠다 생각한다.

아버지가 '스마트 폰'보다 엄마를 살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엄마가 지금 다이아몬드반지나 집문서나 발꿈치 높은 '히루'에 관심있는 나이가 아닌,
위로와 동네산보로 만족하시는  80노인이신 것을 알아봐주시고,
노인되신 엄마 아버지가 얼마나 더 봄을 맞으실지를 생각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86세의 나이를 '이 나이에 벌써'라고 표현하시는 아버지가 낯설고 섭섭하고 황당하다...
여전히  100세를 준비하기위해 저금하셔야 하고, 그래서 엄마에게 쓸 돈이 없는 아버지가 민망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젊게 산다는 말이 참 헛갈리기 쉬운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KBS 인간극장은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제목으로 70세 치매할머니를 돌보시는 73세 할아버지 이야기가 나온다,
얼마나 두분이 사랑스러우신지 할머니가 부럽기까지 하다.
문득 엄마는 분명히 저 프로를 보시며 부러워하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주에 가면 분명히 이 부부이야기를 하실 것이다.  분명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