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나는 당신의 사랑에 빚진 자입니다~(이성미씨!)

colorprom 2012. 3. 27. 08:30

나는 당신의 사랑에 빚진 자입니다~(이성미씨!)

2012년 3월 27일 오전 8:3

 

 

 

나는 문상을 가서 많이 울지는 않는 편이다.
그저 눈물이 글썽하는 정도...그리고 늘 민망하게도 미소를 짓게 된다.
-'수고하셨습니다~!!!'

나는 죽음을 '진급, 혹은 진학, 또는 졸업식'이라 믿는다.
이번 생을 학년으로든, 학교로든 시험을 마치고
진학을 하게될 지, 낙제를 하여 다시 공부를 하게될 지 정해진다 믿는다.

나는 나의 죽음에 '장례식'이라는 이름보다는 '종업식'이라  이름짓고 싶다.
졸업식이면 더 좋겠지만...
학년이 바뀌든 학교가 바뀌든 섭섭해서 우는 정도...가 문상가서의 느낌이다!

(두 아이 졸업식에서는 초등학교이든 대학교에서든 애들은 안울고, 내가 되레 울었다!
컴퓨터 세상에,  핸드폰, 스마트폰 덕분에 그리움이 자리할 틈이 없어서가 아닐까 싶다.)

토요일, 아직은 친구라고 부르기에도 어색한 '친구'가 하늘나라로 갔다.

'감기몸살'로 주말을 앓다가 월요일 출근해서 조퇴했단다.
그리고 수요일(3월21일) 서울대병원에 입원했었다.
링거 맞고 약먹고 병원밥먹고 한숨 푹 자면 나올 줄 알았다.
나도 병원 나들이 삼아 김밥 사들고 가서 그가 남긴 병원밥 다 해결하고,
우스개소리 프린트해 갖고가서 읽어주며 키득거리고 돌아왔다.
-으이그...그러게 과자라도 먹고 끼니는 안넘겨야지요~하면서.

22일,목요일, 성샘으로부터의 메세지,
-'이성미씨가 갑지기 심장이 멈춰서 심장박동기를 달았대요.  지금 중환자실.'
-'기도해요, 셋이서 행복했던 저녁을 생각하며.  웃는 이성미씨 다시 보게 해 주시라고...'
 
23일, 금요일, 이성미씨 여동생의 메세지가 왔다.
-고맙습니다.  좀 전 면회시간에 봤는데 어제보다 좋아졌네요.  기분 정말 좋습니다.
  모든 사람 덕분입니다.  (오전 11시 9분)
-뇌파검사했는데 다행히 뇌손상은 없다고 하네요!  더욱 더 응원해 주세요.(오후 6시 3분)

그날 저녁 7시 면회시간에 맞추어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 가면서도
설마 가족도 아닌 내가 직접 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었다.
세상에나...십여년 전 시아버지 때 들어가 보고 두번 째였다.
인공투석기가 돌아가고 굵고 가는 줄이 여기저기 달려있고...
심장박동기가 아니라 인공심장이 들어가 있었는데
그 인공심장도 제 역할을 감당 못하고 있었다.
인공심장도 제 심장이 최소 3%는 움직여줘야 움직일 수 있는거란다.
감기바이러스가 심장으로 들어가 '심장염? 심근염?'이 된 상태!!!
...지금으로선 적어도 2-3일 사이에 심장이식이 이루어져야한단다!!!
문득 그의 다리가 움직였고, 눈을 떴고, 눈물을 주루룩 흘렸다.
그 정도에도 다들 깨어났다고, 움직였다고 기뻐했다.

24일 토요일,
-'심장판막에 물이 차 새벽 6시에 빼냈구요, 
  지금은 목에 또 다른 호스를 꽂으러 수술실로.  기도 부탁드립니다! (11시 27분)
그리고,
-'울 언니~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저녁 7시 4분)!!!

수요일 이성미씨 여동생을 병실에서 봤을 때 '친구'라고 소개하면서도 어색했었다.
금년 1월 10일에 명함을 주고받으며 이름과 직업을 안 사이였으니까.
그리고 금요일 중환자실 면회까지 꼭 12번을 만났다.
13번 째 만남을 25일 일요일에 이별인사로 한 셈이다.
엄청 울었다.

오늘은 발인날이었다.
각막을 기증하여 하루가 늦추어져 4일장으로 했기때문이다.
오전 7시 30분 발인에는 가지 않았다.

출근길에 청계천 변을 조금 걸었다.
왜 이리 눈물이 날까...남편 눈치가 보일 정도로 왜 이럴까...

아~알았다.
내가 그의 사랑에 빚을 져서 그렇구나! 
그가 먼저 내게 마음을 열어주어 그렇구나.
그는 나를 친구로 맞아 마음을 열어주었는데 나는 그를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으로 보았구나...
그래서 미처 마음 편히 대하지를 못했었다!
어...왜 이렇게 내게 잘해주지??...싶은 마음도 있었고, 그래서 고맙기도 했었고,
어떻게 좀 갚고 싶은데 그것이 오히려 부담이 될까 조심스럽기도 했고...
-제가 이래뵈도 마당발이예요.  제 인맥 다 동원해서 도와드릴게요~다 잘 될 거예요!
먼저 팔짱끼던 그 사람을 미처 편히 대하지도 못했는데...
아직도 그와 주고받은 존댓말 전화메세지들이 첫번째부터 몽땅  남아있는데...

이성미씨, 내가 당신에게 사랑의 빚이 있습니다!
당신과의 짧은 만남이 다 이유가 있을 겁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당신이 참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다...이유가 있을겁니다!

당신이 알려준 식당에 오늘 갑니다.
울지 않아야할 터인데...
봄의 청계천변도 안타까울 것 같습니다.
많이 걸었을 텐데...점심먹고 같이 자주 걸었을 텐데...
동아일보건물이 바로 보이던 당신의 일터자리도 눈에 밟힐 것입니다.
지금쯤 고향 땅에 가 있을 당신, 친구-이성미씨, 성미씨!!!
하나님...성미씨를 사랑하심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에 빚진 자'라는 말을 이제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진급해서 또 만납시다~
이번 학년에서는 당신이 조기졸업 선배님입니다~ㅎ~

안녕히~


살아있슴.  아직 살아있슴!.....할 일이 있슴??!!!
동갑내기의 죽음을 보며 새삼 '살아있'을 깨닫는다.
그리고 육체의 약함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금년 봄은 조금 더 새삼스러운 '봄'일 것 같다!!!




***같이 살아 귀찮기도, 고맙기도 한 가족친지들~그 부대낌 속에서
공부가 있고, 삶이 있음을 다시한번 깨달으며 감사합니다~

***내 영의 집인 몸, 육체를 또한 잘 봉양관리해야함을 다시 깨닫습니다.
나를, 너를 잘 돌봅시다!  너무 과보호해서 버릇없게 하지말고...ㅎ~

***참, 갑작스런 점심약속으로 광화문을 지나다가 '김동길교수님'을 만났다.
얼른 다가가 악수를 청하며 '건강하셔요~'하고 인사를 했다.
순간순간 할 수 있을 때 악수도, 인사도, 먹기도, 울기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