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곶, 호구포, 범바위, 호암, 호동, 범골, 용호동….'
우리 자연지명중 호랑이와 관련된 지명은 얼마나 될까.
31일 국토지리정보원(원장 김경수)이 경인년(庚寅年) 호랑이의 해를 맞아, 우리나라 자연지명 속에 포함돼 있는 호랑이 관련 지명을 조사해 본 결과, 전국 자연지명 10만509개 중 호랑이 관련 지명은 0.4%인 389개로 나타났다.
전라남도가 74개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경상북도가 71개, 경상남도가 51개 등의 순이었다. 종류별로는 마을명칭이 284개, 산의 명칭이 47개, 고개명이 28개 등의 순서로 조사됐다.
유래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우선 호랑이 모양과 관련된 지명이 있다.
모양 관련 지명중에는 호랑이가 엎드려 있는 모습을 비유한 복(伏, 엎드리다)자를 사용한 지명(복호, 호복, 복림 등)이 다수 있는데, 일례로 전남 고흥 과역면의 ´복호산`을 들 수 있다. 달이 지고 날이 새므로, 호랑이가 가지 못하고 엎드려 있는 형국이라는 유래를 가지고 있다.
또 한반도 전체를 호랑이로 묘사해, 호랑이는 꼬리의 힘으로 달리고 꼬리로 무리를 지휘한다고 하며 이 지역이 호랑이 꼬리부분에 해당한다고 하여 지명을 변경하게 된 경북 포항시 남구 대보면의 '호미곶'은 원래 '장기곶'이었던 곳으로 호랑이의 모양을 본떠서 지은 지명중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외 뒷산의 지형이 범이 웅크리고 있는 모양으로 마치 범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는 '범직이'(마을, 충남 연기군 남면), 포구가 있던 곳에 생긴 마을로 이곳에 있는 바위형태가 입을 벌리고 있는 호랑이 형상이라 하여 '호구포'(인천광역시남동구 논현동)라 하는 등 지형을 호랑이의 형태로 표현하여 유래된 지명이 여럿 있다.
다음으로 호랑이의 출현설화와 관련된 지명이 있다.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의 '저고리골'(마을)은 호랑이가 사람을 잡아먹고 저고리만 남겨놓았다 하여 유래되었으며, 전남 구례 산동면의 `견두산(犬頭山)`은 호랑이에게 사람이 물려죽는 일이 많다하여 읍내에 호석(虎石)을 세우고 `호두산(虎頭山)`이라 부르던 산 명칭을 `견두산(犬頭山)`으로 개명한 후 호환(虎患)이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호랑이가 사람을 해치거나 괴롭힘으로 유래된 지명으로는 경기도 양평의 `비호고개`, 경남 산청의 `원팅이`, 경북 경주의 `호명`등이 있으나 호랑이가 이렇게 악행만 저지른 것은 아니다.
경남 거제시 둔덕면의 `호곡`마을처럼 효성이 지극한 상제가 시묘살이를 하던 삼년동안 큰 호랑이가 늘 상제를 따라 다니며 보호해 주었다 하는 유래를 비롯하여, 효성이 지극한 효자가 부친의 병을 고치려고 약을 구해 떠나려 할 때 호랑이가 붕어 한 마리를 물어다 주어 이 붕어로 부친의 병을 고쳤다는 전설을 가진 경북 영천시 화산면의 `효지미` 마을처럼 호랑이의 긍정적인 면도 지명에 반영되어 나타난다.
이와 같이 호랑이의 모습이나 관련된 이야기는 우리 조상들의 삶과 지혜가 어우러진 `지명`이라는 문화재속에 자리 잡아 내려오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경인년을 맞이해 지명 속에 나타난 진보적이며 용맹스럽고 의리 있는 호랑이처럼 힘차게 한해를 시작해 보는 것이 좋을 듯싶다.
국토지리정보원에서는 지명의 활용도가 증가되고 중요성이 증대됨에 따라 2010년 까지 지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호랑이와 관련된 지명이 얼마나 존재할까 ?
마을 명칭에 있어서 호랑이와 관련된 내용 중에는 호랑이가 나타나서 도움을 주었다는 사람과의 관련 내용이 많았으며, 호랑이 울음소리가 나거나 또는 호랑이 형상과 관련된 내용이 있어서 호랑이 관련 지명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의 생활 속에 호랑이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호랑이와 관련된 지명중에서 대부분의 지명은 단독(60%)으로 불리고 있었으며, '범바위'의 경우에는 전국에서 23곳이나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다음으로 호암, 호동, 범골, 호암산, 복호 등이 공통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지명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사용된 범바위는 주변에 호랑이의 형상을 하고 있는 바위 또는 호랑이가 바위에 앉아 있는 등의 사유로 범바위라고 불린 것으로 보아 옛날에는 호랑이가 실지로 존재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호랑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지명 활용 사례다
▶호랑이의 꼬리라고 불리어지는 호미곶=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대보면 대보리의 호미곶은 약 400여년전 격암 동해산수비록의 저자인 남사고(南師古)는 장기산맥의 최단부 즉 장기갑을 호미등(범꼬리)이라고 기록하고 있고 대동여지도를 저술한 고산자 김정호도 장기산맥의 최동단을 장기갑호미등이라고 기록하고 있으며, 육당 최남선은 백두산호랑이가 연해주를 할퀴고 있는 형상으로 한반도를 묘사하면서 이곳을 호랑이꼬리라고 명명하였다.
호랑이는 꼬리의 힘으로 달리며 꼬리로 무리를 지휘한다고 하여 호랑이 꼬리는 국운상승과 국태민안의 상징이겠기에 호미곶으로 지명을 변경하였고 국토지리정보원에서는 호미곶으로 지명을 지난 2002년 1월 고시했다.
이곳 호미곶은 푸른 동해바다와 함께 매년 새해 아침에 해맞이 행사를 하는 유명한곳으로, 경제적으로 힘든 터널을 막 지난 국민들에게 경인년 새해는 소망에 대한 기원이 더욱 절실하다.
특히 2010년 경인년(호랑이의 해)을 맞이하여 호랑이를 상징하는 호미곶에서는 2010년 국가의 최대사업인 G20정상회의의 성공을 기원하고자 포항시 등 관련기관과 공동으로 퍼포먼스, 연날리기, 불꽃쇼 등의 각종 행사 등을 계획하고 있어 볼거리와 함께 먹을거리 등 각종 풍성한 행사가 진행될 계획이다.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신양복리 복거마을= 마을 입구에서부터 호랑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마을의 옛 지명이 복호리(伏虎里)임에 착안하여 행정안전부의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사업에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호랑이가 살던 마을'로 선정된 결과이다.
안성시와 두리마을 운영위원회가 주최하고 대안미술공간 소나무가 시행한 "아름다운 미술마을 만들기"를 추진함에 있어 옛 지명과 연계된 "호랑이가 살던 마을"을 2009년 1월에 착수하여 7월까지 "하늘에서 호랑이가 내려온다", "옥상위의 호랑이", "호랑이를 기다리며",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등 52개 작품을 마을의 지붕 및 담장 등에 설치하고 예술 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멋스러운 공간으로 단장하였다.
복거마을은 안성시 금광면에 자리하고 있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뒷산이 호랑이가 엎드려 앉아 있는 것과 같으며, 마을 앞에는 숲이 있는데 개숲이라고 불려서 옛날에는 이 마을의 지명을 호동(虎洞) 또는 복호리(伏虎里)라 불렸으나 어느 성인이 복호보다는 복거가 좋고 마을의 풍요를 기원하기 위하여 복호리가 복거리(福巨里)로 불리워짐에 따라 국토지리정보원에서는 마을의 이름을 복거로 확정해 지난 1061년4월 고시했다.
복거마을에는 400년 된 것으로 추정되는 느티나무가 마을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고, 현재 약 120가구에 3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이곳 주변에는 플로랜드라는 아주 멋진 정원 등도 함께 있어 호랑이 해를 맞이하여 복거리에 설치되어 있는 각종 호랑이 관련 예술품도 감상하면서 시골의 정취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충남 아산시 탕정면 호산리(虎山里)=충청남도 아산시 탕정면 호산리에는 호랑이 관련 지명이 다수 존재하는 지역으로 호산리를 포함하여 밖범이, 안범이, 범이고개, 새터범이 등의 지명이 존재한다.
이 부락은 뒷산이 둘러싸고 있는 것이 마치 범이 품안에 끼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하여 안범이라 부른다.
범이고개는 호산리 입구에 있는 고개이라서 범이 고개라 부르기도 하고 또는 온양 장을 보려면 이 고개로 가야한다 하여 장고개라 부르기도 하였다고 한다.
새터범이는 부락 뒷산 형이 범이 누워 있는 형으로 인근마을중에 제일 나중에 생겨서 새터범이라 부르게 되었다.
가장 많이 호랑이를 닮은 지형은 어디일까
▶충청남도 연기군 남면 고정리 "범직이" 마을= 지명의 유래를 통하여 호랑이 형상을 하고 있다는 지명에 대하여 최신의 항공사진 등을 이용하여 검토한 결과 대부분 호랑이의 형상을 파악하기가 어려웠으나 충청남도 연기군 남면 고정리 범직이 마을의 경우에는 호랑이의 형상이 뚜렷하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범직이 마을의 유래는 부락 뒷산의 지형이 범이 웅크리고 앉은 모양으로 마치 부락을 지키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하여 '범직이'라고 불려 졌으나 옛날에는 항공촬영이불가능하였을 뿐 만 아니라 주변에 높은 산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호랑이와 닮았다고 한 것은 산의 외관을 통하여 호랑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진리의 "호장도"=호랑이와 관련된 지명은 대부분 육지에서 나타나고 있으나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진리의 호장도의 경우에는 많지 않게 나타나는 바다에 위치한 호랑이 관련 지명이다. 특히 지형의 형태가 호랑이와 유사하게 생겼으나 호랑이의 키에 비해 길이가 다소 작은 형태가 아쉬웠으나 전체적인 형상은 호랑이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호장도의 유래는 섬 모양이 호랑이처럼 생겼다 해서 "호장도"라 하였으며, 호장도는 지난 1961년에 고시됐다.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하시동리의 호랑이 발자국= 호랑이와 관련된 지명중에서 호랑이와 사람과 관련된 지명과 호랑의의 형상과 관련된 지명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특히 호랑이의 형상과 관련된 지명은 호랑이의 앉아있는 모습 등과 같이 형상을 토대로 불린 지명과 호랑이의 머리, 호랑이의 얼룩무늬, 발자국 등과 같이 특정화된 일부분에 대하여 관련된 지명을 부여한 것으로 구별할 수 있다.
특히 호랑이의 발자국과 관련된 지명중에서 가장 윤곽이 뚜렷한 지역은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하시동리의 "호장골"로써 호장골은 산의 모양이 호랑이의 발과 같이 생겨 "호장골"이라 한 것으로 최신의 항공사진 등을 이용하여 검토한 결과 어느 정도의 호랑이의 발자국 형태의 윤곽이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