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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묻고 또 묻는 김주형의 ‘초심’

colorprom 2022. 10. 25. 20:23

[터치! 코리아] 묻고 또 묻는 김주형의 ‘초심’

 

‘꿈의 무대’ PGA 투어 데뷔해 대선배들에게 질문 쏟아내
“더 잘하겠다 발전하고 싶다” 스무 살 신인이 불어넣는 새바람

 

입력 2022.10.22 03:00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CJ컵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20일,

전년도 우승자인 수퍼스타 로리 매킬로이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들 질문이 이어지던 중 느닷없이 김주형이 등장했다.

 

기자석에 앉아있던 그는

“로리, 질문이 있어요. 어린 나이에 엄청난 성공을 거두는 것이 어땠나요?

오래 투어 활동을 해오면서 어떻게 그 모든 것을 감당했나요?”라고 물었다.

 

20일(현지 시각) CJ컵 1라운드에서 같은 조로 경기한 김주형과 로리 매킬로이가
2번홀에서 이야기하며 걷고 있다./Getty Images/AFP/연합뉴스

 

김주형은 최근 PGA 투어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다.

스무 살에 벌써 2승을 올렸고,

프레지던츠컵에선 화끈한 세리머니로 동료와 골프 팬 마음을 사로잡았다.

 

PGA 투어가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이 주도하는 신생 골프 리그 LIV에 스타를 여럿 빼앗긴 상황에서,

김주형은 역동적인 새 기운을 불어넣는다.

최근엔 질문이 많은 것으로도 유명해졌다.

 

이날도 매킬로이 다음 순서로 김주형의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었는데,

대기하던 김주형이 손을 들고 대선배에게 질문을 던진 것이었다.

 

또 다른 골프 스타 조던 스피스

최근 자신이 사는 지역으로 이사한 김주형의 질문을 많이 받는다.

“어제는 나에게 ‘가장 힘들게 우승한 메이저 대회가 무엇이었냐’고 묻더라.

생각해보니 그 질문을 전에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스피스는 “김주형은 궁금한 걸 그냥 물어본다. 배우려고 노력한다.

나는 그 나이 때 그러지 못했던 게 아쉽다”고 했다.

 

김주형은 “나는 그저 사람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무척 궁금하다”며

“골프든 인생이든 늘 더 잘하고 싶고 발전하고 싶다”고 했다.

 

올해 세계 골프는 온통 돈 문제로 시끄러웠다.

LIV가 창설되고 PGA 투어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엄청난 갈등과 혼란을 빚었다.

선수 한 명당 1000억원 단위 계약금이 쏟아지고,

상금이 경쟁적으로 늘어나 돈 잔치가 벌어졌다.

얼마 전까지도 LIV에 절대 가지 않겠다던 선수가 하루아침에 말을 뒤집으면,

어제까지 동료였던 선수들이 비난을 쏟아냈다.

법적 공방으로도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PGA 투어에 나타난 김주형의 존재는

골프에 부는 산뜻한 바람 한 줄기 같다.

그의 빛나는 초심이 지켜보는 동료와 팬들을 흐뭇하게 한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며 골프를 이어왔다.

꿈은 오직 하나. 최고 선수들이 모인 PGA 투어에서 뛰는 것이었다.

 

지난여름 마침내 PGA 투어에 안착한 그는

자신을 “디즈니랜드에 온 다섯 살짜리 꼬마” 같다고 표현한다.

‘꿈의 나라’에 막 발 들여놓은 그에게는 설렘과 에너지,

‘뭐든지 배우겠다. 하지만 지지 않겠다’는 패기가 넘친다.

 

그래서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각자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처음 시작했던 그때의 열정과 간절함, 그 들뜬 첫 마음을.

 

돌아가서, 매킬로이는 뭐라고 대답했을까.

장난인가 싶어 웃음 짓던 그는 질문 내용을 듣고는 곧 진지해졌다.

데뷔하자마자 타이거 우즈를 이을 ‘차세대 황제’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고,

이제 서른세 살에 투어 통산 22승을 쌓은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어린 나이에 성공을 거두기 시작할 때, 시간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 찾아오는 사람도, 해야 할 일도 많아질 텐데,

무엇 때문에 자신이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는지 알아야 한다.

어떻게 PGA 투어 2승을 거둔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었을까?

(골프에) 들인 시간과 연습이다. 그걸 잊지 않아야 한다.”

 

그날 기자회견이 끝나고 맨 마지막까지 연습장에 남은 선수는 김주형이었다.

주니어 시절 “온종일 연습하고 나서 손에 물집이 생기면 멋있다고 생각했다”던

그의 앞날이 푸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