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이대호가 쏘아 올린 마지막 불꽃
은퇴 시즌에 3할·20홈런… 박수 받고 떠나는 이대호
끊임없이 한계에 도전했던 그의 마흔 살 야구는 100점
올 시즌 메이저리그의 최대 이슈 중 하나는 42세 노장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강타자
앨버트 푸홀스의 은퇴 시즌 700호 홈런 도전이다.
그는 1일 통산 701번째이자 올 시즌 22번째 대포를 쏘아 올렸다.
푸홀스는 메이저리그 통산 홈런 4위라는 훈장을 단 채
올 시즌을 끝으로 23년 야구 인생을 마감한다.

나이를 무색하게 활약을 펼치는 스타는 한국 프로야구에도 있다.
푸홀스처럼 올 시즌 후 은퇴하는 롯데의 간판타자 이대호는
만 마흔인 올해 한때 타격왕까지 바라볼 정도로 ‘회춘’했다.
2018년 이후 4년 만에 3할대 방망이를 휘둘렀고, 홈런도 22개나 쳤다.
타율·안타·홈런·타점이 모두 팀내 1위다.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에선 세 번째 우승까지 차지했다.
타격 8개 부문 중 도루를 뺀 나머지 7개 타이틀을 거머쥐고,
9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세계 비공인 기록까지 세운 2010년에는 못 미치지만,
많게는 스무 살 가까이 차이 나는 후배들이 차마 고개를 못 들 만한 실력이다.
이대호가 일본 소프트뱅크 시절 함께 뛰었던 동갑 우치카와 세이치가 똑같이
22년 야구 인생을 마감하고 3일 은퇴하는데, 올해 1군을 뛴 경기가 고작 6경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대호의 마지막 불꽃이 얼마나 강렬한지 알 수 있다.
그와의 작별이 더없이 안타까운 사직 홈 팬들이 “부산 갈매기~”보다
“은퇴 철회!”란 말을 더 목 놓아 외칠 만하다.
솔직히 한 시대를 풍미했던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의 시대는 지난해 끝났다고 생각했다.
방망이 중심에 공이 맞았을 땐 홈런이라고 생각한 타구들이 중간에 힘을 잃더니
낙엽처럼 우수수 외야수 위로 뚝뚝 떨어졌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런데 한 해 만에 이대호는 시간을 거슬렀다.
그를 잘 아는 지인은
“이대호가 지난겨울 열심히 운동하면서 살 뺀 것 말고는 비결이 따로 없다.
대신 올해 젖 먹는 힘까지 모두 쏟아붓는 것 같다. 이제 정말 마지막 아닌가”라고 했다.
이대호의 야구 인생은 이처럼 남들이 어렵다고, 안 된다고 했을 때
한계를 넘어서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더욱 돋보인다.
한국에서 최고 타자로 우뚝 선 뒤 일본 야구에 도전했고,
일본에서 재팬시리즈 MVP에 오르면서 최고의 자리에 선 뒤에도
서른넷이란 적지 않는 나이에 부와 명예를 뒤로하고 메이저리그에 뒤늦게 도전했다.
평생의 꿈이던 그 무대에서 초라한 대우, 들쭉날쭉한 출전 기회 속에서도
14홈런 49타점이란 성적을 남긴 그는 경이롭게 바라보는 현지 시선을 뒤로 한 채
미련 없이 다시 친정 팀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그의 은퇴를 아쉬워하지만 이대호는 요지부동이다.
스스로 물러나야 할 때를 알지 못해,
자신의 안위를 위해 끈질기게 속세의 끈을 놓치려 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 세상이라
그의 굳은 각오가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사람이 때를 놓치면 결국 ‘노추(老醜)’를 면하지 못하는 법이다.
이대호는 오는 8일 사직구장 홈 경기에서 정든 팬들과 작별을 고한다.
비록 22년 야구 인생 최고 목표 중 하나였던 롯데의 우승을 맛보기 어렵게 됐지만,
이대호는 마지막 순간 온 힘을 쏟아부으며
‘박수 칠 때 떠나는’, 가장 극적인 장면을 스스로 만들어냈다.
올스타전 이후 은퇴 투어를 시작한 날
무뚝뚝한 경상도 상남자답지 않게 눈물을 보였던 그는 아예
“유니폼을 벗는 날, 추해 보이더라도 많이 울 것 같다”고 했다.
‘지상 최대의 노래방’이라는 사직야구장에서
이대호와 팬들이 함께 부를 마지막 이별곡 점수는 무조건 100점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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