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

[프라하]할리우드 배우 '매즈 미켈슨'과 삼겹살

colorprom 2022. 9. 22. 15:02

“2주간 8번 왔다”…프라하 한식당서 삼겹살에 푹 빠진 007 빌런

 

입력 2022.09.22 06:00
 

어디서 많이 본 외국인이 한식당에서 혼자 삼겹살을 굽고 있다.

그의 앞에는 맥주와 찌개가 담긴 뚝배기, 여러 밑반찬이 놓여 있다.

제대로 된 한상 차림이다.

 

그중의 압권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그의 모습이었다.

고기가 타지 않게 고기를 뒤집으면서도 테이블에 올려진 스마트폰에도 눈을 떼지 않았다.

그의 귀에는 무선 이어폰이 꽂혀 있었다.

 

체코 프라하 한식당 '맛집'에서 삼겹살을 굽고 있는 할리우드 배우 메즈 미켈슨./온라인 커뮤니티

놀랍게도 이 외국인은 영화 ‘007 카지노로얄’(2006년) ‘닥터 스트레인지’(2010년)에서

빌런(악당)으로 활약해 국내 영화팬들에게도 익숙한 할리우드 배우 매즈 미켈슨(57·덴마크)이다.

사진 속 식당은 체코 프라하 구시가지에 위치한 한식당 ‘맛집’(MAT ZIP)이라는 곳이다.

 

영화 ‘킹스 랜드’ 촬영 차 프라하에 머물고 있는 매즈는 2주 전 이곳에 처음 방문해

20일(현지시각)까지 무려 총 8번이나 다녀갔다고 한다.

 

유명 할리우드 배우가 한식을 먹는 모습은 국내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그의 혼밥 사진은 ‘프라하에서 혼자 삼겹살 구워 먹는 백인 아저씨’라는 제목으로

16일(한국시각)부터 트위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많이 먹어 봤나 보다”, “신기하다” 등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후에도 매즈가 도장 찍듯 식당을 방문하고, 그때마다 새로운 인증샷이 올라오자

네티즌들은 “혹시 장부 대놓고 먹나”, “밥차냐”, “월말에 정산할 거 같다”, “입에 진짜 잘 맞았냐”,

“웃겨 미치겠다”, “한국에 초대해 맛집 데려가고 싶다”며 그의 한식 사랑에 열광했다.

 

영화 '007 카지노 로얄' 속 매즈 미켈슨/'007 카지노 로얄' 스틸컷

혹시 ‘맛집’ 사장과 인연이 있는 건가. 직접 물어봤다.

‘맛집’ 사장인 한국인 탁경아(42)씨는 21일(한국시각)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저는 매즈 미켈슨과 전혀 관계 없는 사람이다”라고 웃었다.

현재 ‘맛집’은 탁씨 부부가 운영 중이다.

 

7년 전 프라하로 넘어와 가이드로 활동하던 탁씨 부부는 2020년 한식당을 인수해,

식당 운영에 전념하고 있다.

‘맛집’에는 김치찌개, 된장찌개, 덮밥, 김치볶음밥, 김치전, 탕수육, 잡채, 순두부찌개 등

웬만한 한식 메뉴는 다 있다.

 

탁씨에 따르면 매즈의 첫 방문은 2주 전이다.

탁씨는 “그때 매즈 미켈슨이 한 외국인과 가게에 들어왔다.

저는 처음에 그분이 배우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남편이 ‘어디서 많이 봤는데’ ‘악역인데...’라고 하더라.

그러다 갑자기 직원이 매즈 미켈슨인 걸 알아챘고, 다른 손님들도 조금씩 알아채기 시작했다.

 

그날 두 분이 드신 건 된장찌개와 삼겹살이었는데,

편하게 식사하고 가시는 게 목적일 거 같아 사진 찍자고도 못했고 말도 안 걸었다”고 말했다.

 

20일(현지시각) 프라하 한식당 '맛집'에서 식사 후 사인하는 매즈 미켈슨/'맛집' 탁경아 사장 제공

 

그런데 그 다음날 매즈가 다시 방문했다. 그는 그날도 조용히 식사만 하고 갔다고 한다.

이후에도 그의 방문은 계속됐다. 지인과 오기도 했고, 혼자 오기도 했다.

그때마다 그는 조용히 스마트폰 영상을 보며 식사를 했다고 한다.

 

여러 번 방문에도 쉽게 말을 걸지 못했던 탁씨는 20일(현지 시각) 8번째 방문 때 용기를 내

감사의 인사와 선물을 전했다.

탁씨는 “잠깐 이야기할 기회가 있어서 용기를 내

‘방문해 주셔서 감사하다. 너는 이미 우리의 직원이다’라고 짧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랬더니 악수를 청하더라. 그 김에 악수도 하고 사진도 찍었다”고 했다.

 

탁씨에 따르면 매즈는 다양한 한식을 즐겨 먹었는데,

가장 자주 주문한 메뉴는 된장찌개, 삼겹살, 잡채라고 한다.

탁씨는 “기본적으로 한식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젓가락질을 너무 잘하시길래

젓가락과 ‘한식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는 편지를 선물로 드렸다.

그랬더니 ‘고맙다. 꼭 사용해보겠다’고 하더라”고 했다.

 

매즈의 한식 사랑은 이미 국내 방송에서도 나온 바 있다.

그는 2017년 8월 TV조선 ‘무비&컬쳐 레드카펫’에 출연해

“한국에 첫 방문이다. 한식이 너무 좋다”

“특히 한국식 바베큐가 너무 좋다. 김치도 좋았고, 맥주도 좋았다”고 했다.

 

프라하 한식당 '맛집' 탁경아 사장이 20일(현지시각) 매즈 미켈슨에게 선물한 젓가락과 손편지
 
/'맛집' 탁경아 사장 제공

 

탁씨는 매즈의 팬서비스에도 감탄했다고 말했다.

탁씨는 “식당에서 불편할 수도 있는데 손님들의 사인, 사진 요청을 환하게 웃으며 다 받아주더라.

정말 감동했고, 멋있다고 생각했다. 저도 그 모습을 보고 팬이 됐다.

또 우리 식당에 오실지 모르겠지만, 마지막으로 방문해 주시면 정말 제대로 대접하고 싶다”

고 했다.

2017년 TV조선 방송에 출연해 '한국 음식'에 대해 말하는 매즈 미켈슨/TV조선 '무비&컬쳐 레드카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