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백영옥의 말과 글] [262] 다시 생각하기

colorprom 2022. 7. 23. 13:50

[백영옥의 말과 글] [262] 다시 생각하기

 

입력 2022.07.23 00:00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하고 나면

그때야 비로소 힘겹게 걷고 있는 노약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자신이 아이를 낳으면 그 전에는 보이지 않던 또래 어린아이들이 유독 눈에 띈다.

정수리 머리숱이 적어지는 중년이 되면 주변 사람들의 탈모가 더 잘 보인다.

좋든 나쁘든 나를 둘러싼 삶의 조건이 변하면 세상을 보는 눈이 새롭게 열린다.

 

채식만 고집하던 환자가 안타깝게 암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사연을

세계적인 암 전문의가 소개하며

‘암 환자는 햄버거든 치킨이든 뭐든 잘 먹으라’고 말하는 걸 봤다.

항암 과정을 견디기 위해 폭발적인 칼로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노인내과 의사는 식욕 부진에 빠지기 쉬운 노인의 경우,

조미료나 단순당을 넣어서라도 충분한 양을 먹는 게 도움이 된다는 걸 강조했다.

 

이렇듯 채식이 곧 건강식이라는 기존의 관성을 다시 생각해보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는 유행에 따라 옷도 바꾸고, 전자 제품도 바꾸지만

유독 한번 박힌 생각만큼은 바꾸기 쉽지 않다.

 

애덤 그랜트는 ‘싱크 어게인’에서 화마로부터 더 빨리 달아나야 사는데도

걸음을 멈추고 자신 앞의 풀밭에 불을 지른 소방대장을 소개한다.

대원들마저 미쳤다고 생각한 그의 생존 전략은

기존의 상식을 깨고 자기 앞에 있는 풀을 태워 미리 불길을 차단하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경험으로 축적한 자기 확신이 강해지는데,

‘확증 편향’과 ‘소망 편향’이 그렇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의심하는 인간’(Homo Dubitans)의 자세로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내가 수련하는 요가의 ‘고양이 자세’가 허리 디스크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걸

최근에야 알았다.

세상에 나쁜 운동은 없다는 신념 덕에 내 허리가 더 나빠진 것이다.

 

삶의 격변기에선

‘모르는 걸 아는 것’보다 ‘안다고 믿었던 걸 다시 생각하는 것’이 때론 더 중요하다.

 

계절만 변하는 게 아니라, 내 몸과 마음도 시시각각 바뀌기 때문이다.

그때는 맞지만 지금은 틀린 게 이렇게 많다.

 

그걸 알아채는 것이 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