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작가·광고 회사 출신… 정권 퇴진 이끈 스리랑카 반정부 시위대의 정체
국가 부도 사태로 최악의 경제난을 겪는 스리랑카에서
대통령과 총리가 전격 사임을 선언한 가운데,
정권 퇴진을 이끈 반정부 시위대가 주목을 받고 있다.
11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은
정권을 무너뜨린 최대 도시 콜롬보의 민중 시위는
가톨릭 신부, 인기 극작가, 광고 회사 직원 등으로 구성된
수십명의 활동가들이 기획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지난달부터 콜롬보 인근 해변에서 정기적으로 모여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 퇴진 시위를 계획했다.
시위를 조직하기 위해 온라인 홍보를 펼친
광고 회사 출신 디지털 전략가 차메라 데드두와씨는
“스리랑카에는 800만 개의 페이스북 계정이 있어 온라인 홍보가 매우 효과적이었다”면서
“돈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전국 구석구석에 시위를 홍보할 수 있었다”고 했다.
다른 활동가들은 야당·노동조합·학생운동 단체 등에 지원을 요청했다.
스리랑카에서 가장 큰 학생 단체 중 하나인 IUSF는
최근 시위에서 물대포·최루탄 공격을 뚫고 정부 바리케이드를 해체해 유명해졌다.
자원봉사자들은 콜롬보의 중산층 주택 단지 등을 포함해
수천 가구를 방문해 시위 계획을 전했다.
이들은 도시 외곽 주민들도 시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각 지역에서 개설된 시위 홍보 사이트 ‘고타 고 빌리지’(Gota Go Village)에서
시위 계획을 설명하기도 했다.
최악의 경제난으로 극심한 생활고를 겪던 시민들 수십만명이
몇 주 만에 콜롬보로 모여들었고,
시위대는 삽시간에 대통령궁 등 주요 정부 건물을 점령했다.
마케팅 전문가인 사샤 아마라툰지는
“7월 9일, 콜롬보로”라고 쓰인 포스터를 소셜미디어에 공유했고,
일주일 만에 2000명의 동료 시위자를 모아 고향 모라투와에서 출발했다.
그는 “콜롬보로 가는 도보 행군을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했고,
수만 명이 행군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9일 시위대가 대통령 집무실과 총리 관저까지 점령하자
대통령과 총리는 시위 시작 하루 만에 사임을 발표했다.
시위를 기획한 활동가 중 한 명인 인기 극작가 루완티 드 치케라는
“이것은 이 나라에서는 전례가 없었던 시위였다. 완전히 마침표를 찍었다”고 했다.
시위에서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던 지반스 페이리스 신부는
“시위대에는 노인·청소년·여성이 많았고,
이들은 (충돌에도 불구하고) 포기하거나 철수하기를 원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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