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반갑지 않은 ‘월세 시대’
대출금리·전셋값 상승 여파에 5월 임대차 계약 60%가 월세
부동산 失政이 만든 ‘전세 소멸’
서민 ‘주거 사다리’ 다시 놓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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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傳貰)는 영어로도 전세(jeonse)다.
우리말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은 유독 한국에서만 성행하는 주택 임대차 방식이어서
영어 단어로는 정확하게 설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집주인에게 목돈을 맡긴 전세 세입자는 계약 기간 거주하고,
퇴거할 때 보증금을 그대로 돌려받는다.
우리에겐 익숙하지만,
외국인들이 “공짜로 집을 빌려 쓰는 것이냐”며 신기해하는 부분이다.
목돈 마련이 관건이지만,
세입자는 집을 사들이는 것보다 적은 비용으로 내 집처럼 안정적 주거 환경을 갖출 수 있다.
다달이 들어가는 주거비가 없어 전세는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저축의 의미도 컸다.
사글셋방을 거쳐 전셋집을 마련하고, 오랜 전세살이 끝에 내 집을 장만하는 것은
지난 수십 년간 대다수 서민이 꿈꾸는 ‘성공 방정식’이었다.
전세의 기원은 명확하지 않지만 19세기 말 개화기 때도 유행했다고 한다.
이후 1960~70년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며 보편적 주거 형태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전세가 대세였던 임대차 시장이 최근 빠르게 월세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국에서 전·월세 거래가 총 40만4036건 이뤄졌는데,
월세가 59.5%(24만321건)로 전세(16만3715건) 거래량을 크게 앞질렀다.
월세 비율은 올해 4월 50.4%로 사상 처음 전세를 역전했는데,
불과 한 달 사이에 10%포인트 가까이 더 올랐다.
셋집을 얻은 10명 중 6명은 보증금에다 매달 월세까지 내는 방식으로 계약했다는 뜻이다.
이런 변화는 급격한 전세 대출 금리 상승과 연관이 있다.
전세 보증금 1억원을 마련해야 하는 세입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은행권 전세 대출 금리가 5%(고정 금리, 2년 분할 상환) 정도니
매달 이자만 41만6000원쯤 내야 한다.
그런데 보증금 1억원을 월세로 돌리면, 전·월세 전환율 4.2%(서울 아파트 기준)를 적용해
월세가 35만원 책정된다.
은행에 대출 이자를 갚는 것보다 집주인에게 월세를 주는 게 이득이다.
전세에도 단점이 있다.
세입자가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전세 사기’가 끊이지 않고,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 투자’ 때문에 집값이 들썩이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세 제도가 시장에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것이 세입자에게 도움이 되는 측면이 더 많다고 본다.
보증금과 월세 규모를 조절해 자기 여건에 맞는 집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목돈 마련하는 게 편하면 전세를,
당장 목돈이 부족해도 고정적 수입이 있다면 월세를 택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부동산 정책 실패 탓에
선택 여지 없이 전세에서 월세로 내몰리는 세입자가 많아진 것이다.
급격한 전세의 월세화가 반갑지 않은 이유다.
일단 전셋값이 너무 올랐다.
KB국민은행이 조사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2020년 6월 4억9148만원에서 지난달 6억7792만원으로 2년 동안 38%나 올랐다.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등을 담은 주택임대차법 개정 후 전셋집 품귀 현상이 벌어진 여파다.
지난 정부 때 급격히 불어난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떠넘기려는 집주인 때문에 월세로 밀려난 경우도 흔하다.
우리나라에서 전세가 사라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여전히 많은 서민이 주거 여건 상향을 위한 ‘사다리’로서 월세 아닌 전세를 찾는다.
최근 전셋값 상승세가 꺾였다지만,
새로 전셋집을 구하는 세입자는 이전 계약 때보다 ‘억 소리’ 나게 오른 시세에 절망한다.
정부와 여당이 나서서
지난 2년간 전세 시장 불안의 빌미가 된 주택임대차법을 다시 손보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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