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콩쿠르 강국의 이면
한국은 보릿고개로 배곯을 때도 국제 콩쿠르 정상을 꿈꾸던 나라다.
전흔이 채 가시지 않은 1954년 당시 배재중학교 학생이던
13세 소년 피아니스트 한동일도 큰 꿈을 품고 미국 줄리아드 유학길에 올랐다.
11년 뒤 레벤트리트 콩쿠르 정상에 오르며 한국인 첫 국제 콩쿠르 우승자가 됐다.
1974년엔 피아니스트 정명훈이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를 차지했다.
우승이나 다름없는 쾌거에 온 나라가 들썩였다.
공항에서 서울시청까지 카퍼레이드가 펼쳐졌고,
수만명이 쏟아져나와 태극기를 흔들었다.
![](https://blog.kakaocdn.net/dn/b8UajY/btrFjnpuQbu/nhkBlk84woRvDHgRIFvkaK/img.jpg)
▶두 사람은 해외 유학파다.
한국에는 따를 거장도, 체계적인 교육도 없던 시절이니 유학밖에 선택할 길이 없었다.
신수정·강충모·김대진 등이 유학에서 돌아와 후진을 양성하며 변화가 시작됐다.
국내파 김선욱이 2006년 영국 리즈 콩쿠르 정상에 섰다.
2015년 부조니 콩쿠르 우승자 문지영도 유학 경험 없는 국내파다.
▶세계 음악인들은 이들을 탄생시킨 한국식 엘리트 발굴·육성 시스템을 주목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음악 신동을 찾아내고
금호영재콘서트는 해마다 청소년 수십명을 무대에 올려 공연 경험을 쌓게 한다.
이후 한화 교향악 축제나 서울시향, 코리안심포니 등을 통해 협연자로 데뷔시킨다.
개인의 노력과 재능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클래식 선진국들과 다른 방식이다.
세계적인 콩쿠르 결선에 한국 출신이 미국·러시아 출신을 앞지르면서
‘K클래식 전성시대’라는 말도 나온다.
▶한예종 재학생인 임윤찬이 그제 미국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한국식 영재교육의 경쟁력을 다시금 입증한 쾌거란 반응이다.
하지만 수상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 이런 댓글도 붙었다.
‘콩쿠르에서 입상한 많은 연주자가 왜 30대 후반 40대 넘어가면서 무대에서 사라지는가’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한 젊은 연주자들이 잠시 반짝하곤 점점 보고 들을 수 없어 안타깝다.’
▶손흥민이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됐다고
한국 축구도 프리미어급(級)이 되는 것은 아니다.
축구팬이 축구장 찾듯, 연주회를 찾아가는 음악 향유층이 두꺼워야
전업 연주자가 실력을 연마하고 무대에 설 힘도 얻는다.
국제 콩쿠르 출신 신예 일부는 본업인 피아노를 밀쳐두고 부업에 내몰리기도 한다.
세계 정상급 악단이 일본에선 한 달씩 머무는데 한국을 외면하는 이유도
우리 시장이 작기 때문이라 한다.
클래식 공연 기획사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지만 선진국 수준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
임윤찬의 수상을 축하하며, 한국 클래식이 더 풍성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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