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백영옥] [256] 왜 우리는 시간 부족에 시달릴까

colorprom 2022. 6. 11. 14:43

[백영옥의 말과 글] [256] 왜 우리는 시간 부족에 시달릴까

 

입력 2022.06.11 00:00
 

카지노에는 ‘시계와 창문’이 없다.

시간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차단당한 사람들은 계획보다 오래 머물며 더 많은 돈을 잃는다.

시계, 창문, 공짜 음료, 이것은 중독의 메커니즘이다.

 

짐바르도의 책 ‘나는 왜 시간에 쫓기는가’에는

많은 카지노에서 음료수를 무료로 제공하는 이유를

음료에 든 알코올 성분이 우리를 더 현재 지향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알코올로 인해 증폭된 현재 지향성이 큰돈을 덥석 걸게 할 확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또 무료 음료를 받으면 어쩐지 그곳에 더 머물러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카지노는 우리의 시간 관념을 왜곡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도입했고,

이 유산을 물려받은 게 소셜미디어온라인 게임이다.

30분만 보겠다고 결심하지만 2~3시간을 넘기는 게 예사인 유튜브와,

밤을 새우게 만드는 온라인 게임은 카지노와 비슷하다.

 

잭팟이 불규칙하게 터지는 것처럼,

누군가의 ‘좋아요’와 ‘구독’, ‘게임 아이템’ 획득 역시 패턴이 없다.

예측 불가능중독의 가장 큰 촉매제다.

 

플랫폼은 경쟁적으로 ‘추천 알고리즘’과 ‘자동 재생’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그렇게 한 편만 보겠다는 애초의 결심은 무너진다.

 

돈 쓰는 법만큼 절약하는 법에도 능통한 현대인은

어째서 시간의 희소성에 대해선 둔감할까.

시간은 돈처럼 낭비되는 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의 대가들은 왜 유독 ‘장기 투자’를 선호할까.

이때 “부자가 되는 데 중요한 것은 시간이지 타이밍이 아니다”라고 말한

조너선 버튼의 조언은 기억할 만하다.

 

누군가 우리의 시간을 끊임없이 빼앗는다.

우리의 체류 흔적, 즉 데이터가 21세기의 석유이기 때문이다.

세계는 지금 데이터 전쟁 중이고, 그 핵심에 ‘시간’이 있다.

 

회사원 시절, 하릴없이 보낸 일요일 오후에 우울감이 몰려오곤 했다.

하루 24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결과는 평등하지 않다.

 

“불행은 언젠가 잘못 보낸 시간에 대한 보복이다”라고 나폴레옹이 말하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