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256] 왜 우리는 시간 부족에 시달릴까
카지노에는 ‘시계와 창문’이 없다.
시간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차단당한 사람들은 계획보다 오래 머물며 더 많은 돈을 잃는다.
시계, 창문, 공짜 음료, 이것은 중독의 메커니즘이다.
짐바르도의 책 ‘나는 왜 시간에 쫓기는가’에는
많은 카지노에서 음료수를 무료로 제공하는 이유를
음료에 든 알코올 성분이 우리를 더 현재 지향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알코올로 인해 증폭된 현재 지향성이 큰돈을 덥석 걸게 할 확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또 무료 음료를 받으면 어쩐지 그곳에 더 머물러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카지노는 우리의 시간 관념을 왜곡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도입했고,
이 유산을 물려받은 게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게임이다.
30분만 보겠다고 결심하지만 2~3시간을 넘기는 게 예사인 유튜브와,
밤을 새우게 만드는 온라인 게임은 카지노와 비슷하다.
잭팟이 불규칙하게 터지는 것처럼,
누군가의 ‘좋아요’와 ‘구독’, ‘게임 아이템’ 획득 역시 패턴이 없다.
예측 불가능은 중독의 가장 큰 촉매제다.
플랫폼은 경쟁적으로 ‘추천 알고리즘’과 ‘자동 재생’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그렇게 한 편만 보겠다는 애초의 결심은 무너진다.
돈 쓰는 법만큼 절약하는 법에도 능통한 현대인은
어째서 시간의 희소성에 대해선 둔감할까.
시간은 돈처럼 낭비되는 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의 대가들은 왜 유독 ‘장기 투자’를 선호할까.
이때 “부자가 되는 데 중요한 것은 시간이지 타이밍이 아니다”라고 말한
조너선 버튼의 조언은 기억할 만하다.
누군가 우리의 시간을 끊임없이 빼앗는다.
우리의 체류 흔적, 즉 데이터가 21세기의 석유이기 때문이다.
세계는 지금 데이터 전쟁 중이고, 그 핵심에 ‘시간’이 있다.
회사원 시절, 하릴없이 보낸 일요일 오후에 우울감이 몰려오곤 했다.
하루 24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결과는 평등하지 않다.
“불행은 언젠가 잘못 보낸 시간에 대한 보복이다”라고 나폴레옹이 말하지 않았던가.
'세상 공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은주] ‘우쭈쭈 페미니즘’ (0) | 2022.06.11 |
---|---|
[세월호]세금 572억원만 쓴 9번째 세월호 조사, 조사를 위한 조사 (0) | 2022.06.11 |
[최연진]'완분엄마', ‘꼬리칸’에 탄 모성 (0) | 2022.06.10 |
[김광일]죄와 벌은 공평해야 (0) | 2022.06.10 |
[김규나] [165] 전과자 수두룩한 국회 (0) | 2022.06.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