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윤대현] [108] ‘라떼는 말이야’는 줄이고 ‘생각하는 경청’을…

colorprom 2022. 6. 7. 17:33

[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108] ‘라떼는 말이야’는 줄이고 ‘생각하는 경청’을…

 

입력 2022.06.07 00:00
 
 

대화 중 “라떼는(나 때는) 말이야”라며 자기 이야기를 꺼내 소통의 소재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적당히 하면 더 친해지는 느낌도 들고 긍정적이지만,

너무 길게 자기 이야기를 하는 사람과의 소통은 피로감을 주기도 한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생각하지만,

다른 모임에서 상대방 이야기를 끊고 들어가 한참 내 이야기를 하는 자신을 발견하며

멈칫하게 된다.

‘인생은 짧고 할 말은 많다’라는 유전자가 나이를 먹을수록 강하게 활성화된다는 우스개가

사실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의료 시스템이나 문화가 차이 나는 미국에서 시행된 연구여서 국내 상황과는 다를 수 있는데,

초진(初診) 때 주치의(primary care physician)와 환자 간 소통에서

의사가 자신의 개인적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34%나 되었다고 한다.

개인 삶을 오픈하는 것이 상대방과의 공감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

동기가 되었을 수 있다.

 

그런데 실제 평가를 해보니 대부분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고,

진료에 방해가 되는 경우까지 있었다는 것이다.

환자의 스트레스를 의사가 경감해 주어야 하는데

오히려 의사의 스트레스를 환자가 들어주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공감, 경청해 줄 때 마음은 행복해진다.

상대방이 나를 소중히 여기는 것으로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역설적으로 경청은 소홀히 하고 내가 하고픈 이야기만 하기가 쉽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끊고 무언가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잠시 그 욕구를 누르고,

상대방이 무엇을 이야기하고픈 것인지 경청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말귀를 못 알아 들어 답답하다”란 하소연을 자주 듣는다.

내가 하는 말의 속뜻을 상대방이 알아채지 못해서 느끼는 답답함이다.

“별일 없어?”라고 친구에게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면,

혹시 그 친구가 별일이 있어서 연락한 것이 아닌지 ‘생각해보는 경청’이 필요하다.

 

말끝을 단순히 받아주는 형태의 경청 스타일로

“별일 없어. 잘 지내. 한번 보자”라 답하면 상대방은 섭섭할 수 있다.

 

‘생각해 보는 경청’을 연습할 때

우선 대화와 대화 사이에

잠시라도 말하는 상대방의 속마음을 생각해보는 침묵의 시간을 가져볼 것을 권한다.

상대방이 이야기를 하는 동기에 따라 경청 스타일에 변화를 주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정서적 공감을 받기 위해 이야기를 하는데

‘관계 중심의 정서적 경청’이 아닌 ‘분석적, 비판적 경청 스타일’로 접근하면

감정이 오히려 상할 수 있다.

 

반대로 자신의 상황에 대한 냉정한 판단과 조언을 원하는데

‘괜찮아 그럴 수 있다’며 관계 중심의 따뜻한 경청 소통만 하면

이 또한 소통이 답답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