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56] 죽음의 홍수, 누가 책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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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차례는 누구일까? 어쩌면 나 아닐까?
남의 죽음은 필연적으로 우리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게 한다.
오늘 아침 내가 침대에 틀어박혀 골몰했던 생각도 그런 것이었다.
머리와 발치에 구리 창살이 있는 이 침대는 나의 임종 침상이 되리라.
나는 죽음보다는 장례식을 상상한다. 그 편이 기분이 좀 낫다.
적어도 고인에게 가장 힘든 순간은 이미 지나고 난 후다.
- 베로니크 뒤 뷔르 ‘체리토마토파이’ 중에서
코로나 때문에 사망자가 급증, 화장터와 시신 보관 냉장 시설이 포화 상태다.
식품 냉동 탑차나 정육 보관용 냉동 창고를 이용하는 장례업체도 있다고 한다.
죽음의 밀물이 정점을 찍을 때
명이 다하면 고기를 보관하던 냉동실에서 다른 망자들과 섞여 며칠을 기다려야 한다니,
그마저도 없으면 상온에서 부패되어 악취를 풍길 수도 있다니 상상하기도 싫다.
일기 형식의 소설 속 주인공은 아흔 살의 할머니다.
자식들은 도시에서 살고 있고 남편은 몇 년 전 세상을 떠났다.
몸은 점차 쇠약해지고 정신도 깜빡깜빡할 때가 많지만
그녀는 혼자 장 보고 책 읽고 텃밭 가꾸는 조용한 생활이 좋다.
하지만 가까운 친구와 지인들의 부음이 하나둘 쌓여가고
친척의 장례식에 다녀온 뒤, 그녀는 자신의 죽음을 생각한다.
아흔한 번째 생일을 보내고 어느 봄날, 일기는 끝난다.
자신의 침대에서 평화로운 죽음을 맞았을 것이다.
그녀의 침실에서 자식과 손자들이 마지막 입맞춤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바람대로 꽃과 노래가 함께하는 소박한 장례식이 끝난 뒤 남편 옆에 묻혔을 것이다.
우리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그러나 누구라도 부러워할 만한 아름답고 평온한 인생의 종막이다.
잘사는 것도 복이지만 잘 죽고 잘 묻힐 수 있는 것도 큰 복이구나,
새삼 깨닫게 해주는 시절이다.
마스크 써라, 백신 맞아라, 만나지 마라, 임종하지 마라, 바로 화장해라!
얼마나 혹독한 방역이었나.
그런데 확진자 수, 사망자 수 세계 1위다.
국민은 정부를 믿고 방역 지침을 따랐다.
죽음의 홍수라는 참담한 결과에 대해 정책 시행자는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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